‘문화예술의 섬’ 제주를 위하여

2018-02-20     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스스로 작동하는 문화생태계 지원
창작·매개·향유 선순환 속 도민 행복

 

 

 

민선6기 제주도정은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 문화예술의 섬 조성’을 모토로 역대 그 어느 도정보다도 문화예술의 가치에 주목하고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워낙 척박한 제주도에서 ‘문화예술의 섬’이라는 목표가 선뜻 다가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에서 시작되듯이, 첫 술에 부르는 배 없듯이, 시작은 언제나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의 섬으로 여정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문화가 밥 먹여주냐는 시대’에서 ‘문화로 밥 먹는 시대’로 진입한 지 꽤 되었지만,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여전히 ‘배고픈 시대’를 살고 있다.

세계적 안목에서 문화는 이미 산업이고 경제이지만, 우리나라 또는 제주에서 문화와 예술은 여전히 ‘돈 먹는 하마’ 또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오해도 있다. 그래서 문화예술분야 스스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된 생태계는 스스로 작동한다. 제주의 문화예술계에 스스로 작동하는 생태계가 구축될 때까지는 외부의 지원과 육성이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지원은 단순히 지원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지역문화생태계가 건강하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어야 한다.

문화예술의 섬은 아직 우리들의 섬이 아니지만, 이러한 지역문화생태계가 활착할 즈음이면 우리가 부르지 않아도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호칭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섬으로 가기 위한 첫 발걸음은 제주의 문화예술 상태 진단에서 출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문화생태계 현황 파악 자체가 부실했었다. 다행히 우리 재단에서 2015년 창작분야와 2017년 매개·향유 분야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했다.

이 기초자료를 토대로 지역문화생태계에 현실을 진단하고 창작-매개-유통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재단에서는 보다 나은 지역문화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정책과제 등을 발굴하고 도정에 적극 제안하면서 정책사업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에도 재단은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하겠지만, 지난 1년간 준비해 온 2018년도 문화예술지원사업 개편이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애주기맞춤형 예술가 지원사업’이 그것이다.

이번 개편은 10년만의 일로 예술가의 생애주기에 맞춰 기존의 일반지원은 유지하되 예술가 지원의 중심을 생애주기 성장단계에 맞춘 선택 집중 지원을 신설한 게 특징이다. 이른바 ‘소액다건(少額多件)’의 건수 실적 중심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지원,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이 목표다. 또한 창작단체의 경우도 생애주기에 준하는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청년예술가들은 예술계로의 진입 자체가 매우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다. 차세대 제주문화예술계의 주인공들인 이들의 예술계 접근성 확보와 수월한 진입을 위해 다양한 사업들도 중점 발굴해 놓은 상태다.

생활문화지원사업도 작년에 비해 크게 확대된다. 특히 문예동호인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예술강사 지원도 가능해졌다. 생활문화 활성화를 모토로 내건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지역의 생활문화 지원사업들은 향후 더욱 확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개편을 통해 새로운 문화인프라로 떠오르는 북카페 독립서점 등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신생 공연예술단체 및 공간에 대한 제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사업 등도 도입,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지역 예술현장의 현실적인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가 건강한 지역문화생태계의 자생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다.

진정한 문화예술의 섬은 지역문화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이 좋은 여건 속에서 왕성히 일어나고, 스스로 창작-매개-향유의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도민이 행복해지는 그런 섬이 아닐까 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올해도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