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은 생명이다”
제천·밀양 화재 등 ‘참사’ 잇따라
사회 전반 안전불감증 여전
소방당국 점검 나섰으니 개선 기대
개인의 안일함도 고쳐져야
사고 발생과 원인 사이 ‘필연적 관계’
교육·준비로 ‘관계 차단’이 예방책
제천·밀양 화재 참사 이후 행정자치에서 실시하는 안전의식에 대한 설문전화를 받았다. “최근의 여러 안전사고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크냐”는 질문에 “매우 크다”고 답했다. 그런 뒤 “당신에게는 재해가 발생하지 않고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솔직한 답변이었지만 상당히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든지 재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도 예외가 아닌데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안전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위험 요소들이 많다. 위험한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지만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걸까. 아니면 각박한 세상살이에 안전까지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일까. 매년 화재나 자연재해로 참사가 일어나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한 것 같다.
제천·밀양 화재 참사 이후 지역 소방본부에서는 긴급 점검에 나섰다고 한다. 스포츠시설과 찜질방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내부구조 임의 변경 등 불법 건축이 이뤄진 곳, 방화 셔터가 작동하지 않는 곳, 소화전 앞과 비상구 주변에 물건을 쌓아둔 곳, 대피 유도등이 불량한 곳, 소화기를 제대로 비치하지 않았거나 화재 감지기 오작동 등의 문제가 있는 곳 등 점검하고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화재 문제뿐만 아니다. 도심 출근길엔 대형빌딩 공사가 한창이어서 고개를 들면 내 머리 위로 철근이나 콘크리트더미가 쏟아질 것 같은 아찔함을 느낀다. 뒤늦게나마 소방본부에서 긴급점검을 나섰으니 하루 빨리 문제점들이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화재나 재난사고가 있을 때마다 소방당국이나 정부를 질타하기 바쁘다. 당연히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하고, 소방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있다면 질타함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개인의 안전 불감증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스스로에게 따져 물어야 한다. 내가 저지른 작은 안전 불이행이 대형 참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개인적 지식을 갖추고 체계적인 매뉴얼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본다.
재해 예방에 유용한 하인리히 법칙 4가지가 있다. 보통 우리가 1번의 대형 사고를 만나기 전에 29번의 소소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전에 300번의 사건발생 징후를 보인다는 ‘1:29:300의 법칙’으로 다음의 4가지 원칙을 시사한다.
첫째, 예방 가능의 법칙이다. 재난 재해의 특징은 천재지변과는 달리 미리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안전관리에 있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하고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고 물적·인적으로 재해의 징조를 미리 파악해서 발생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손실 우연의 법칙이다. 사고와 상해 정도 사이에는 언제나 우연적인 확률 부분이 존재하고, 사고의 결과로 생긴 손실에는 크고 작음이 있다. 그리고 손실의 종류는 무언가 우연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것이다.
셋째, 원인 계기의 원칙이다. 사고의 발생과 원인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존재한다. 손실과 사고와의 관계는 우연적이지만, 사고와 원인의 관계성은 필연적이다.
넷째, 대책 선정의 원칙이다. 안전사고에 대한 예방책으로 ‘교육적·기술적·관리적’ 3가지의 대책이 중요하다. 3가지 대책을 모두 활용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합리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재해예방 대책 수립 시에는 정확한 분석 결과를 가지고 재해를 직접 유발하는 기본적인 원인을 선정하고 가급적 확실하고 신속하게 실행에 옮겨야한다.
하인리히의 법칙을 요약하면 사고는 예방이 가능하고 그 결과는 우연에 의해 정해지지만 사고의 발생과 원인 사이의 ‘필연적 관계의 차단’을 통해 방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안전사고에는 반드시 발생 원인이 존재하는 만큼 원인 제거를 위한 교육과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안전은 생명이다. 작은 안전을 소홀히 했을 때 나의 생명도 위태로워진다는 경각심을 이제 다시 개개인이 가져야할 때다. 안전사고나 재해참사는 남의 일이 아니고 내 일임을 자각할 때 우리의 생명도 안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