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재해구호 탄력성 강화를 위한 민간자원

2018-02-06     박창열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섬 특수성 감안 방재수준 보완 필요
민간 조직·물자·물류 활용 효과 확인

 

 

최근 지진·폭설 등 예기치 못한 재난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제주지역의 도시환경(불투수면·토지이용 등), 인구구조(순인구·노년인구·체류인구 등), 기상여건(집중호우·가뭄·폭설 등) 등의 변화는 재난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제주도에서 보유한 기존의 방재성능이 앞으로 매우 제한적일 수 있으며, 현 방재수준에 대한 보완적 대책들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제주도는 섬이란 특수성으로 인해 대규모 재난에 의해 고립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원조와 지원 역시 제한적이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을 추가로 고려한다면, 제주도의 재난 대비·대응체계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그럼에도 현 재해구호체계는 여전히 특정 기준에 따라 설정된 공공재를 중심으로 이뤄져있다. 재해구호를 위한 인력·자원 등의 구호체계는 지역마다 설정된 비축기준에 의존하여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지역의 재난 특성 및 여건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는 지역의 연평균 피해규모를 가정하여 구호규모를 설정하는데서 기인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대규모 재난에 대비한 실질적 재해구호 기준은 재난의 강도·발생 가능성·지역 여건(인구·방재성능 등)·미래 여건 변화(기후·환경 등)의 지역적 특성요인을 반영해야 한다.

제주도의 재난 환경은 인구 고령화·장애인 등의 재난안전약자 증가, 상주 및 체류인구 증가, 기후변화(해수면상승 등), 개발사업 확대 등에 의해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의 구호체계는 이러한 여건 변화를 고려하여 보다 탄력적인 운영방안들이 필요하다.

이에 기존의 공공재 중심의 재해구호물자 체계에 더하여 보완적 수단으로서 민간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해 본다.

첫 번째는 민간 방재조직(지역자율방재단·의용소방대 등)의 활성화다. 민간 방재조직은 비상시 신속한 초기대응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지역 재건 및 구호물자 배분 등을 통해 피해주민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민간 방재조직 활성화는 지역사회의 민·관 재난대응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나아가서는 가정과 지역 커뮤니티를 활용하여 주민 개인의 안전의식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민간 구호물자의 활용이다. 지정학적으로 섬인 제주도는 재난관리의 모든 단계에서 독립적 방재태세를 구축해야 한다. 재해구호 측면에서는 수 일간(3~5일) 버틸 수 있는 물량과 체계를 확보해야한다. 이를 위해 공공재 외에 지역 내에서 가용한 물자들을 활용해야 한다.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도 전역의 가용한 민간 구호물자(대형마트·편의점 등)를 DB화하고, 긴급상황 발생시 즉각적 활용이 가능하도록 민간 사업자와의 사전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는 민간 물류체계의 활용이다. 구호물자의 수송능력은 대규모 재난상황에서 지역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데 필수적이다. 기존의 행정기관·소방·대한적십자사 등에서 보유한 물류체계에 더하여 물자 수송능력 향상을 위한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민간에서 보유한 물류체계(개별화물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대형마트·택배 및 운송회사 등)의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민간자원의 활용방안들은 2004년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의 대규모 재난현장에서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당시 물류 기업들(UPS, FedEx, DHL 등), 전일본 트럭협회 및 창고협회 등 민간의 운송 및 물류 지원은 구호물자의 탄력적 운영과 분배 효율성을 극대화했고, 이러한 사례들은 민간자원을 활용한 탄력적 재난구호체계의 효과성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지진·폭설 등 유례없던 상황을 자주 직면하고 있다. 편안한 때일수록 위험이 닥칠 때를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安居危思)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