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심문 시작부터 법리공방 치열

재판부 “증거도 없고 증인도 대부분 사망해 본안 판결 어려워” 토로
변호인 “수형인 명부 국가가 작성…조서 대부분 일치 증거 충분” 반박

2018-02-05     김진규 기자

백발노인이 된 열여덟명의 제주 4·3 수형인들이 “평생의 한(恨)을 풀겠다”며 재심청구를 한데 따른 심문이 5일 진행됐다.

지난해 4월 19일 재심을 청구한지 무려 10개월만에 진행됐지만, 4·3재심청구 첫 심문부터 개시자체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공방이 진행지면서 재심 결정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예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5일 오후 4·3수형인 18명이 제기한 ‘4·3재심청구’와 관련해 재심개시 여부를 가리기 위한 첫 심리를 진행했다.

백발이된 수형인들도 법정에서 “사법기관이 국가공권력의 잘못을 바로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법정 용어에도 없는 ‘무고한 시민의 희생’에 초점을 잡았지만, 재심청구의 적법성 여부에는 고심이 깊다는 뜻을 전했다.

재판부는 판결문과 수사기록 등 재판기록 등이 없어 공소사실을 특정하기 힘들고, 이는 2차 세계대전 등 해외 사례에도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전재로 판단해야 한다. 증거도 없고, 증인도 대부분 사망했다. 본안 판결이 불가능하다. 재심청구가 받아지더라도 공소가 기각되면 무슨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변호인측은 재판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론했다. 수형인 명부는 국가가 작성했고 범죄경력조서와도 대부분 일치해 증거로 충분하며, 이번 재심청구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기에 공소사실 특정이나 무장대와 비무장대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고문이 자행됐던 당시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정 발언권을 신청한 양일화 할아버지(90)는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억울하게 형무소를 다녀와야 했다.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후손들에게 떳떳하고 싶다. 좋은 소식을 듣고 눈을 감을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다음 심문 기일을 3월 19일 오후 2시로 정했다. 향후 4~5회 가량 심문이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