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인재 육성에 손잡은 대학과 금융기관

2017-12-27     강철준

제주 고3생 상당수 육지 대학으로
대졸생도 좋은 일자리 찾아
지역의 ‘좋은 일자리’ 부족이 원인

국제대 특성화고교 인재 양성 착수
도내 ‘협동조합’과 산학협동
기관은 인재, 학생은 직장 ‘일석이조’

 

대입시즌이 한창이다. 제주에서만 7000명을 넘는 고3생들이 아마도 생후 가장 심각한 선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 가운데 대략 20%인 1500명 가량은 육지부 대학, 특히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은 수도권으로 진학할 것이다.

이러한 패턴은 지난 30~40년간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다. 도내 대학 졸업반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전 취업기회를 찾기 위해, 또는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얻기 위해 아니면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매년 많은 수가 육지로 떠나고 있다.

대부분 제주의 부모들은 이들을 뒷바라지 하느라 노후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부동산가격이 올라도 자식 교육비 댄다고 팔다 보니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부동산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도내에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서 불가피하다고도 하지만 한번쯤 되돌아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선 육지 일자리 사정을 보면, 대기업마다 매년 수천명씩 공채로 대학 졸업생들을 뽑아가던 일은 옛날 얘기가 됐다. 투자가 자동화·지능화에 집중되면서 생산과 매출이 늘어도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서비스부문이 계속 커지고 있으나 일자리는 저임금 계약직이 주종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공채는 몇천 대 1의 경쟁이 다반사다.

수도권 대학 진학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첨단기술이나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은 현실적으로 수도권밖에 없기 때문에 그곳서 경쟁력을 쌓으면 장기적으로 제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실용적으로 볼 때 제주를 떠난 젊은이 중 얼마나 첨단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제주로 회귀하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일반적 직종에서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거나 첨단기술이 있더라도 제주에서 활용할 기회가 없어 육지에서 그냥 눌러 살고 있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한다고 한 지 20년이 되어 간다. “뭐 한거 있냐”고 시비는 여전하지만 영어교육도시 등 대규모 사업들이 완성단계에 들어가면서 지역경제 구조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부동산가격 폭등이라는 반갑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전국에서 경제성장속도가 높은 지역으로 계속 꼽히고 있고 친환경 ‘제주살이’를 위해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자주 들린다.

그러나 아직도 제주 젊은 인재들이 평생을 걸 수 있는 일자리는 저 멀리 떨어져 있다. 대부분 10인 이내의 영세사업장인데다 임금수준은 수도권의 70~80%에 불과하고 복지체계나 근무환경도 열악하다.

새로운 구조변화의 바람이 괜찮은 일자리로 연결되는 촉매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는 이러한 배경에서 특성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산학협력 실험에 착수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신협·새마을금고 등 협동조합 금융기관에 취업한 후 전문인재로서 평생 커갈 수 있는 실무역량 강화 경로를 개발하여 특성화고교와 금융기관에게 제시해서 양자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것이다. 협동조합 금융기관을 선정한 이유는 제도적으로 수도권과 비슷한 임금과 복지수준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특성화고교는 취업이 부진하면서 특성화교육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제주의 협동조합 금융기관들은 부동산붐과 도민들의 금융자산 보유 증가에 힘입어 계속 외형이 커지면서 새로운 경영구조로의 확대 재편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관들이 시중은행의 영업구조를 단순 모방하거나 개방적 인재채용을 해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협동조합 금융기관의 직원들은 지역과의 유대를 바탕으로 영업을 확장해야 하므로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고 지역주민과 밀착하면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에 연고를 가진 특성화고 졸업생이 육지부 졸업생에 비해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 이들이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있다면 굳이 육지로 나갈 필요가 없다.

금융기관은 ‘지역을 아는’ 인재를 얻고, 특성화고 졸업생들은 ‘고향에서 좋은’ 직장을 얻고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석이조’의 일이다. 이 실험이 성공해서 협동조합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여타 업종에도 확대됨으로써 제주 젊은 인재의 탈출이 줄어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