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개’로 분단의 현실 고발한 송영옥
제주도립미술관, 14일부터 재일작가 송영옥 회고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대여등 총 53점 전시
해방 전후 제주 화단은 제주풍경을 주제로 한 그림과 시대상에 주목한 그림으로 작품 경향이 이분화됐다. 이 시기 조영호, 장리석, 조병식, 최영림, 이중섭 등이 해녀나 바다, 초가 등 제주 자연과 일상을 주로 그렸다면 조양규, 송영옥 등은 시대적 상황에 창작열을 불태웠다.
이중 송영옥(1917~1999)은 남북분단의 상황에 보다 주목했다. 제주 조천 출신으로 1929년 측량기사였던 부친을 따라 일본으로 가 1944년 오사카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평생 남북분단의 상황을 ‘미친 개’에 비유·풍자하며 분단시대의 경계인으로 살다가 1999년 일본에서 타계했다.
송영옥은 우성 변시지와 오사카 미술학교 선후배 사이였는데 생전 변시지는 송영옥을 “온화하고 신사이며 미남이었다”고 회상했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이 14일부터 송영옥 탄생 100주년을 맞아 회고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 7~9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하정웅 컬렉션 송영옥 탄생 100주년’ 전시의 제주 순회 전으로, 재일작가 송영옥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했다.
송영옥은 일관된 주제의식과 독창적 작품세계, 뛰어난 필력을 인정받은 재일 1세대 대표 작가이지만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송영옥은 오사카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간사이(關西)종합미술전, 일본 앙데팡당전에 출품하며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 1957년부터는 동경에서 자유미술협회전과 평화미술전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한다. 해방 후 두 차례 귀향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조선 국적에서 한국(남한) 국적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총련계 사람으로 분류돼 고향에 돌아올 수 없게 된다.
첨예한 남북 이데올로기의 대립 상황 속에서 남과 북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재일 한인으로서 차별과 소외, 가난이라는 극한의 현실 속에서 부유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격변기 속에서 겪은 자기 정체성의 박탈과 가혹한 현실의 무게는 고스란히 작품에 스며들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고발 등을 주제로 다루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에서 대여한 작품 44점과 송영옥 선생의 조카가 소장 중인 작품 7점 등 총 53점을 선보인다.
오는 15일 오후 2시 미술관 강당에서는 ‘송영옥과 디아스포라 미술’을 주제로 한 전시연계 강연회가 열린다. 이어 4시부터 전시 개막식이 시작된다.
전시기간 중 전시설명을 위한 도슨트가 운영된다. 전시는 2018년 2월 25일까지 이어진다. 문의=064-710-4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