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지하수 정책

2005-10-07     제주타임스

지하수는 마구 뽑아 써도 무한한 자원인가? 해묵은 논쟁이 되살아나고 있다. ‘삼다수’를 판매하는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매년 하락세를 보이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회복한다는 이유로 제주도에 지하수를 더 뽑아 팔겠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하수가 마구 뽑아 써도 고갈되지 않는 무한한 자원인지, 아니면 일정량 이상을 개발할 경우 점차 줄어들 유한한 자원인지 ‘과학적 근거’가 부실한 탓에 제주도가 선뜻 정책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렇지 않아도 올 들어 강우량이 평년보다 크게 떨어지면서 일부 북부지역은 지하수 수위가 최고 30.41m가 낮아진 가운데 특히 한경과 대정 등 서부지역은 해수면 이하로 떨어져 지하수에 바닷물이 침투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 터다.
제주 지하수가 강물이 풍부한 다른 지방과 달리 도민의 생명수라는 사실은 진부한 이야기에 속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제주 지하수는 ‘삼다수’같은 공기업을 포함해서 특정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공공의 자원으로 보존되고 관리돼야 하는 것이다.

제주도가 얼마전 한 대기업이 신청한 지하수 증산을 불허한 이유도 지하수가 자연자원으로서 유한한 공공재이고, 후손에까지 물려줘야 할 최후의 수자원이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런 제주도가 이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뒤로 미룸으로써 주먹구구식으로 지하수 정책을 편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음은 이해할 수 없다.
이미 WMO(세계기상기구)는 ‘지하수는 자연적으로 다시 채워지는 속도 보다 훨씬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특히 오염물질이 지하에 스며들어 대수층이 오염될 경우 화학적 시한폭탄과 같다’고 경고한 바 있거니와, 제주 지하수가 직면한 실상이 이러하지 않느냐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지하수를 운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