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사고’ 안타깝게 꺾인 어린 꿈
이민호군 사고 현장, 현장실습 문제 ‘고스란히’
출입 금지 구역 안전펜스 미설치·잦은 초과근무
교육·고용부 합동조사, 도교육청 대안 마련키로
지난 24일 우원식·이학영·오영훈·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제주시 구좌읍의 사고 업체를 찾아 사건 경위를 청취한 자리에서는 ‘장시간 노동’이 된 현장실습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은 학교가 학생 파견 전까지만 일정 역할을 할 뿐, 이후 개입에는 한계가 있음을 자인했다. 관련 부처 및 부서 간 불통이 실습생들을 보호하는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브리핑에서는 이 군이 사고를 당한 기계가 사람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구역으로 판단되지만 출입을 막는 장치가 없었다는 근로감독관의 설명이 나왔다. 이날 현장에는 기계 주변으로 어른 키 높이의 철제 펜스가 둘러져 있었지만 사고 후 설치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보고에 따르면 이 군은 제품적재기가 정상 작동하지 않자 기기를 살펴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가 내려오는 기기를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했다. 공장에는 이 군과 20여 미터 거리에 직원과 실습생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이들은 이군 사고로 라인 작동이 멈추자 그제서야 이군 쪽으로 다가가 사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발생 4~5분이 지난 뒤였다.
이 군은 초과근무를 한 달에 80시간 이상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현장실습생은 관련법에 따라 연장 근무를 포함해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이내로 근무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이 군은 기존 근무 시간과 별개로 휴일근로, 야간근로, 연장근로 등 한 달에 60~80시간 이상을 초과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전했다.
지난 8월에는 담임교사가 상담 과정에서 이 군의 근무시간이 많은 것을 알고 업체 쪽에 항의를 했지만 이 문제는 도교육청에 보고되지 않았다. 이 군이 같은 달 산업재해를 당한 사실도 역시 도교육청엔 보고되지 않았다.
실습생을 위험한 기기에 혼자 두게 된 경위, 위험성을 충분히 알렸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군이 전공과 다른 업체에 취업 했다는 점도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교육이 아닌 취업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브리핑 중 이 군의 사고 영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참석자들이 모두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이날 여당 국회의원들은 현장실습이 학습과 연계되지 못 한 것은 정부의 지침을 교육청이 일선학교에 제대로 전달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또 관련법을 담당하는 부서 및 부처 간 불통이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현장실습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 하는 한 이유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이 군의 근로시간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교육부와 도교육청, 고용노동부 관계자의 답변이 제각각 달라 불호령을 받기도 했다.
교육부는 현장실습이 학습과 연계되지 못 한 이유를 찾는 한편 고용노동부와 합동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내주 초 도내 특성화고 교장 및 취업담당 교사들과 면담하고 업종별 위험사례와 대안을 모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실습중인 도내 특성화고 학생 300여명을 전면 복교 조치할 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영훈 의원은 “현장실습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국회에 제출된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교문위에는 현장실습계약사항을 위반해 실습을 실시한 산업체의 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학영 의원 대표발의)을 비롯해 현장실습 학생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안 2건이 계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