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실습체계 전면 재검토’ 공식화 ‘주목’
교육행정질문서 “현장실습 문제 총체적 점검”
취업담당 교사 면담부터…현실적 대안 기대
李교육감 제로 베이스서 실습 체계 전면 재검토
27일 특성화고 취업부장단 만나 현장 상황 청취
현장실습 중 사망한 이 모군(18)의 사건을 계기로 고교 실습생들의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이석문 제주 교육감이 교육행정질문에서 고교 실습체계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어떤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될 지 주목된다.
지난 9일 도내 특성화고 졸업을 석 달여 앞둔 이 군이 실습 중 업체에서 벨트 끼임 사고를 당했다. 이 군은 사고 발생 열흘만인 지난 19일 사망했고, 실습생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은 3학년 2학기를 전후해 학교와 산학협력을 맺은 업체로 실습을 나간다. 이 군이 소속된 학교의 경우 3학년 재학생 173명 중 이 군을 포함한 46명이 현장으로 실습을 나갔다.
특성화고 교사들은 사전 현장 방문을 통해 양질의 업체를 선별하고 협약서 체결로 안전과 계약사항 준수를 다짐받지만 실습이 시작된 후에는 학생과 업체가 사실상 노동자와 사용자로 대면한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말이다. 실습 전 업체와 학교, 학부모 등이 체결하는 현장실습표준협약서는 두루뭉술한 내용이 많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학교별 실습생 만족도 조사는 실습 종료 후 이뤄지는 것으로 사후적 성격이 강하다. 제주는 기업이 적어 양질의 취업처 발굴 범위가 좁아 학교의 선택권이 작다는 한계도 있다. 때문에 그동안 제주에서는 임금을 못 받거나 초과근무를 강요당하는 등 크고작은 문제가 계속 발생해 왔다.
22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가 이 군 사건과 관련해 자체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숨진 이 군은 닷새 정도의 교육만 받은 뒤 사고가 난 음료 포장 기계를 홀로 다뤘다. 9월부터는 매일 11∼12시간 근무했고, 밤 10시 30까지 일하거나 토요일에 일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1일 이석문 제주 교육감은 제주도의회 제356회 제2차 정례회 교육행정질문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도교육청은 우선 오는 27일 도내 특성화고 취업담당 교사들을 만나 현장 상황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특성화고 실습체계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근본적으로 실습이 필요한 지의 문제부터 따져 보겠다는 입장이다.
교육 관계자들은 “사고의 경중을 떠나 아이들이 실습현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은 늘 있어왔다”며 “현장에서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대안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