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만연한 일선 행정 이래도 되나
서귀포시가 표선면 가시리 주택가 주변에 양돈장 증축을 허가한 것은 올해 7월이었다. 그러자 마을 주민들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건축허가 승인 건을 취소하고 재심의해 달라”며 제주도의회에 청원했다.
발단은 이렇다. 시는 가시리 소재의 양돈장이 증축허가를 신청하자 지난 4월 표선면에 주민의견을 수렴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표선면은 의견수렴은커녕 해당 마을에 이런 내용을 알리지도 않았다. 또 서귀포시는 별다른 답변이 없자 증축허가를 승인해 줬다.
양돈장은 악취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 1순위’다. 이 같은 사실은 시나 면 모두 뻔히 알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표선면은 의견수렴 공문을 받고도 심드렁하게 넘겼고, 시 또한 이를 확인하지 않고 양돈장 증축을 허가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허가 취소를 할 수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이 같은 ‘엉터리 행정’은 일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제주시 8개동 주민센터를 대행 감사한 결과 관리업무 소홀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사망한 노인들에게 장수수당을 지속적으로 지급한 사실이었다.
현재 제주도는 관련조례에 따라 만 80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만5000원의 장수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 결과, 이미 사망한 38명에게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14개월 동안 장수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조금 지원 사업들에 대한 사후관리도 매우 허술했다. 보조금이 지원된 시설 등에 대해서는 10년간 매각하거나 타 용도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동의 경우 보조금이 지원된 저온저장시설이나 농기계를 타인에게 양도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러한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일선 행정조직이 아주 느슨해져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행태들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엔 도청에만 행정역량이 집중된 나머지 상대적으로 일선은 외면 받는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위’만 바라보는 현행 구조로는 읍면동의 조직이 활성화 될 리 만무하다. 인사시스템 등의 획기적인 개선 없이는 일선의 사기저하는 물론 이 같은 행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