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미도파 화랑에서는

2017-11-15     문정임 기자

이중섭미술관, 이중섭 개인전 출품작 상상展 기획
작고 1년 8개월 전시…2018년 2월 4일까지 개최

 

한국전쟁이 끝나면서 서울엔 재건의 열풍이 일었다. 불안했던 사람들도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중섭도 일본에 있는 부인과 두 아들과의 재회를 꿈꾸며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쉼 없이 그림을 그려 1955년 1월 18일부터 27일까지 미도파 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당시 개인전 안내장에 실린 김광균의 발문에는 ‘모진 전란 속에 어떻게 용히 죽지 않고 살아 이런 일을 했나, 등이라도 한번 두들겨 주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오로지 그림으로 생의 희망을 걸었던 이중섭의 처절한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화가 김환기도 같은 내용으로 이중섭의 열정에 감탄을 표했다. 과연 그때 미도파 화랑에 전시된 이중섭의 작품들은 어떤 것이었을까. 당시의 전시 안내장은 지금도 남아있지만, 전시작품 목록만 있어 정확히 어떤 작품이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중섭의 미도파화랑 개인전에는 32점이 출품되었다는 기록과 45점이 출품된 안내장이 전해온다. 하지만 여러 기록을 토대로 살펴보면 45점 이상이 전시되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중섭미술관이 지난 14일부터 2018년 2월 4일까지 1955년 미도파 화랑에서 열린 이중섭 개인전의 전시작품을 추정해보는 '1955, 미도파 화랑 상상' 전을 열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유화 등의 작품 45점과 은지화 10점을 포함해 모두 55점의 복제본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기획전에서는 1955년 이중섭 개인전 방명록을 자세히 들여다봄으로써 당시 예술가들의 정신세계와 교유관계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되다. 백화점 화랑을 중심으로 미술품 전시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할 무렵의 시대상을 통해 전시 공간의 변천사도 엿볼 수 있다. 부인과 지인에게 보낸 이중섭의 편지, 당시 미도파 화랑 전시장 사진 등 아카이브 자료도 함께 전시된다.

전은자 큐레이터는 “미도파 화랑 개인전은 이중섭이 작고하기 1년 8개월 전의 작품전으로, 오로지 일본에 있는 가족과의 재회를 꿈꾸며 준비한 마지막 희망의 돌파구와도 같은 것이었다”며 “1955년 개인전 전시 작품을 추정해봄으로써 이중섭의 작품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문의=064-760-3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