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 책임지는 나라, 119가 함께”
모두 대피할 때 사명감 하나로 ‘출동’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에 최선 다짐
오늘 11월9일은 제55주년 소방의 날이다. 소방의 날은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면서 겨울철 대국민 불조심 계몽행사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당시에는 11월1일을 ‘불조심 강조기간’으로 정하여 소방차 가두퍼레이드와 불조심캠페인 등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이후 1963년 전국 규모의 소방의 날 행사를 시행해 오다가, 1991년 소방법을 개정하면서 119를 상징하는 11월9일을 법정 소방의 날로 제정, 오늘에 이르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55주년 소방의 날 기념사에서 “소방관은 삶과 죽음에 기로에선 국민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는 국가의 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잡해지고 대형화하는 재난에 대비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과 원전·화학물질로 인한 화재 등 특수 화재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역량을 조기 구축하는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당부처럼 소방의 역할은 단순히 화재만을 담당하는 조직에서, 다양한 자연재해와 재난현장에서 인명구조와 응급환자의 처치 및 이송 등 병원 전(前)단계의 응급활동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일상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험의 사전 방지 등 국민의 안전 확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소방관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하루에 1명꼴로 부상을 당한다. 때로는 안타까운 순직자도 발생한다.
“신이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2001년 서울 홍제동 주택 화재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순직한 소방관의 책상에 놓여있던 소방관의 기도다. 당시 “1층에 아들이 있다”는 할머니의 외침에 소방관들은 서로의 몸을 로프로 묶고 어둠속을 향하여 공기호흡기와 손도끼 하나를 들고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2층이 무너져 내리며 소방관 6명이 순직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방사선 피폭 위험을 무릅쓰고 핵연료 냉각작업을 벌인 것도 소방관이었다. 2001년 미국의 911테러 당시 현장에서 정신없이 탈출하는 사람들을 거슬러 무너지는 빌딩 속으로 뛰어든 이들도 소방관들이었다.
모두가 대피할 때 소방관들은 ‘나의 일(job)’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화마(火魔)속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다.
이런 희생이 있어서인지 소방공무원은 국민들에게 늘 존경과 신망의 대상으로 손꼽혀왔다. 언론사에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직업 신뢰도 조사에서 ‘대한민국 소방’이 우리나라의 33개 대표적인 직업 가운데 92.9%를 차지해 가장 신뢰받는 직업군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직업 1위도 역시 소방관이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소방공무원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 지 명징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정작 소방공무원의 직업만족도는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기막힌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다. 소방의 날을 맞아 소방관의 처우개선과 직업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 필요함을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우리 서부소방서 로비에는 ‘見利思義 見危授命’(견리사의 견위수명)이라는 안중근 의사가 나라를 걱정하며 쓴 글이 걸려있다. ‘이익을 보면 정의를 생각하고 위험을 보면 목숨을 바친다’는 글에 담긴 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도 소방관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차량과 모든 장비를 매일 점검한다. 출동시간을 1초라도 줄이기 위해 안전화와 방화복을 차량에 적재한 채 출동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오늘 소방의 날을 맞이하여 오로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소방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국민들의 안전이 우리의 보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