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항소심 판결 의미 곱씹어야

2017-11-02     제주매일

제주항공(Jeju Air)은 지난 2005년 1월 25일 태동했다.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양대 항공사의 독과점 및 고비용 구조에서 비롯된 제주도민의 경제적 부담과 관광객 감소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항공사 설립은 제주도가 주도했다. 2004년 9월 도의 항공사업 파트너 공개모집에서 애경그룹이 선정됐다. 다음해 1월엔 애경그룹(75%)과 제주도(25%)의 공동출자로 민관합작 법인 형태의 (주)제주에어가 출범했다. 제주항공으로 명칭을 바꾼 것은 2005년 9월이었다.

설립 당시 제주도와 제주항공은 향후 사업추진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서 제6조 1항은 “제주항공은 항공요금 변경 등을 할 경우 사전에 제주도와 ‘협의 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또 제1항에 의한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제주도가 지정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 또는 업체 등의 중재(조정) 결정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올해 3월이었다. 제주항공은 제주도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손해가 크다”며 최대 7200원의 요금 인상을 강행했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손해)와는 다르게 제주항공은 2014년 295억원, 2015년 514억원, 2016년 58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제는 법정으로 비화됐다. 1심은 “항공요금 변경안과 관련 ‘협의’를 ‘합의’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제주항공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민사부는 1일 제주도가 제기한 ‘항공요금 인상금지 가처분’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린 원심을 파기했다. 가처분 신청 또한 인용했다.

재판부는 “협약 6조는 채무자(제주항공)가 항공요금을 인상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에 채권자(제주도)와 협의 후 시행해야 하며, 만약 협의가 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상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요금인상에 대해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제3의 기관 중재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채무자는 일방적으로 요금을 인상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부연했다.

출범 초기만 하더라도 제주항공엔 분명히 ‘제주’란 존재가 있었다. 그러나 돈벌이에 혈안이 된 지금 ‘제주’는 안중에도 없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의미를 곱씹으며 제발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