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처럼 경쾌한 ‘작은 체 게바라’들의 한 방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작가 ‘서른의 반격’ 출간
대기업 산하 아카데미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서른 살의 김지혜. 평범하지만 질풍노도의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그녀 앞에 어느 날 묘한 기운을 지닌 동갑내기 88년생 규옥이 나타난다. 함께 우쿨렐레 수업을 듣게 된 무명 시나리오 작가 무인과, 밥 먹는 인터넷 개인방송을 하는 남은, 그리고 지혜와 규옥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99프로가 부당한 1프로에게 농락되고 있는 현실에 분개하며 재미있게 놀이처럼 사회 곳곳에 작은 전복을 꾀하기로 뜻을 모은다.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 소설 수상작인 손원평 작가의 ‘1988년생’이 ‘서른의 반격’으로 제목을 바꾸어 출간됐다.
‘서른의 반격’은 1988년에 태어나 올해 서른 살이 된 주인공을 중심으로 권위의식과 위선, 부당함과 착취 구조의 모순 속에서 현재를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별한 ‘반격’을 그리고 있다.
책은, 누군가가 행동하지 않으면 바뀔 리 없는 세상을 향한 ‘작은 체 게바라’들의 첫 번째 반격이다. 다소 미미할지라도 ‘나쁜 개인’에 대한 개인의 지속적인 저항은 ‘나쁜 사회’에 대한 사회적 반성을 부른다. 우리가 지난 촛불혁명에서 경험했듯 게임처럼 경쾌하게 놀이를 통한 균열, 균열을 통한 변화야말로 이 사회에서 개인이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권위주의에 맞서는 21세기형 혁명 스타일일지 모른다.
소설가 한승원, 현기영, 문학평론가 최원식으로 구성된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지난 3월 선정 당시 심사평에서 “그들의 저항은 비장하거나 영웅적이지 않고, 게임처럼 경쾌하게 행해진다. 소설의 주인공은 그러한 저항의 몸짓들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자신의 왜소한 순종적 자아를 벗어내고 주체적 자아를 되찾게 된다”며 “위트가 넘치는 싱그럽고 유쾌한 소설”이라고 심사경위를 밝혔다.
한편 제주4·3평화문학상은 2012년 3월 제정해 올해 제6회에 이르고 있다. 은행나무출판사, 1만2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