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자동차 얼마나 많을까
지난 추석 양지공원으로 추모하러 가는 길에 ‘도로에 갇히다’라는 말을 실감했다.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1시간 넘게 차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앞만 바라보는 상황이 이어졌다. 근래 출·퇴근길 제주시 주요도로는 가히 ‘교통지옥’이라 할만하다. 내가 사는 서귀포 시내도 제주시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오전 오후 첨두시간(peak time)에는 걸어가는 것이 차라리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내에 차량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자동차 등록 통계상으로 보면 올해 6월말 기준 도내 등록차량은 48만2865대로 지난 2012년 말보다 64%가량 증가했다. 인구당/세대당 차량 보유대수는 몇 년 째 전국 1위다.
하지만 이런 통계수치가 체감되지 않을 수도 있어 색다른 방식으로 한 번 계산해 보고자 한다. 우선 도내에서 순수 운행 자동차 수(등록차량 중에서 육지부에서 운행되는 역외세원 차량을 뺀 수)는 36만2050대다.
이 차량들을 세우기 위해 필요한 주차장 면적을 단순 계산하면(주차장법에 따른 일반차량 주차장 구획 기준 1면당 12㎡ 적용) 제주도 전체 면적(1,894.2㎢)의 0.23%가 필요하다. 이 면적은 여의도의 1.5배, 축구장 608개 넓이와 같다.
도내 차량들을 일렬로 나열하면(자동차관리법상 소형과 중형을 나누는 차량 길이 기준 4.7m 적용) 제주도 전체 해안선(253km)을 6.7바퀴 돈 것과 같고, 서귀포시청부터 제주시청까지 516도로(38.75km)로 왕복 22회를 다녀온 거리와 비슷하다.
이 자동차들이 한꺼번에 모두 도로로 나온다면? 2016년말 기준 제주도에 개설된 도로 전체 길이는 2712.6km이며 그 중 시군도를 제외한 간선도로는 710.11km이다.
도내 모든 차량이 일시에 왕복 4차선 간선도로로 고르게 분산되어 나온다고 가정했을 경우 차간 간격이 3m 밖에 나오지 않아 사실상 도로는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버스, 화물차 등 대형·특수 차량은 감안하지 않고도 말이다.
자동차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자동차 증가에 따른 여러 문제를 따로 논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가 간과할 수 없는 이런 현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귀포시 교통행정과 박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