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분뇨 조례 개정, 출발부터 ‘엇박자’
가축분뇨를 불법으로 무단 배출하는 농가에 대한 처벌규정을 대폭 강화한 ‘조례 개정안’이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에 상정됐지만 심사가 보류됐다. 조례 개정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발목을 잡은 것은 ‘가축분뇨배출시설의 설치 지점에서 반경 1㎞ 이내의 모든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마을회 및 이장단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 등. 조례 제·개정 시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이를 위해선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처벌 규정만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을 강화하더라도 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축산분뇨 발생에 따른 처리방법이 없다는 것. 도내 공공자원화 시설이 부족해 조례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농가들에게 불법을 저지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조례 개정안이 상정되기 전 대표 발의한 도의원을 비롯해 집행부 등도 충분히 관련 내용을 검토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상위법인 특별법 개정 등을 운운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축산분뇨 무단배출 사태로 들끓는 여론에 휘둘린 나머지 조례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거센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불법으로 배출되는 가축분뇨 문제를 야심차게 해결하겠다는 조례 개정안은 현재로선 ‘조자룡의 헌 칼’이 돼버렸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조례안이 상정되자 마치 큰 건을 잡았다는 듯이 ‘엇박자’를 놓는 의원들의 행태도 꼴불견이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