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북초등교의 ‘교육중심학교 실험’

2017-10-29     제주매일

주변의 선생님들로부터 “잡무(雜務) 때문에 죽겠다”는 하소연을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행정적인 업무에 매달리다보니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푸념이었다.

제주지역 근대교육의 효시(嚆矢)인 제주북초등학교(교장 박희순)가 ‘새로운 실험’에 돌입했다. 교육과정 운영팀과 지원팀의 이원화 등으로 이른바 ‘교육중심 학교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제주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제주북초는 가장 먼저 학교 조직과 인력을 학생교육 중심으로 바꿨다. 우선 학교 교직원을 교육과정 운영팀과 지원팀으로 나눈 것. 전 학년에 수업전념학제를 도입하는 대신 모든 담임을 행정업무에서 배제시켰다. 담임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고, 나머지 행정업무는 부장교사와 교육행정 직원, 교육 공무직으로 구성된 교육과정 지원팀에 맡겼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잡무가 사라진 교사들은 오로지 수업에 열중했다. 제도의 핵심인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 모형 구축에 주력하는가 하면, 매주 수요일 학년별 수업연구모임을 운영하며 교육과정 재구성에 힘을 쏟고 있다.

그간의 글짓기대회나 각종 계기교육 등의 일회성 행사를 폐지하고 이와 연관된 수업단원에 교육과정으로 편제시켰다. 예컨대 통일 글짓기를 하는 대신 통일수업 단원에 통일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아이들과 격의 없이 토론의 시간을 갖는 식이다.

선생님이 교실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학부모들도 학교를 믿게 됐다. 잡무를 덜어주고 선생님들로 하여금 수업에 전념하게 한 인식의 전환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이 같은 ‘실험’이 제주북초에 국한되지 않고 전 학교로 확산 파급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