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는 ‘글로벌 리더’가 될 거예요”

다문화 가족 자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청소년 글로벌 리더 과정

2017-10-29     문정임 기자

필리핀·일본·네팔 등 8개국 출신 다문화가족 100여명 참석
전통음식 맛보고 전통의상 선보이며 문화 자긍심 올리기
올해는 우즈베키스탄·몽골 가족들도 참여, 의미 더해

문화를 이해하는 일은 음식을 맛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이름은 달라도 비슷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음미하다보면 ‘사는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의상도 그렇다. 환경적 특성과 국민들의 시각적 기호를 반영해 만들어진 전통 의상은 그 자체로서 나라의 개성을 드러내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제주매일이 주관한 ‘다문화가족 청소년기 자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청소년 글로벌 리더과정’에서는 음식과 의상으로 부모의 나라를 이해하는 소중한 시간이 마련됐다. <편집자주>

▲ 이름은 달라도 모두 맛있는 음식들

29일 제주도가 주최하고 제주매일(대표이사 황용진)이 주관한 ‘다문화가족 청소년기 자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청소년 글로벌 리더과정’ 행사장에는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고소하고 달달한 음식냄새들이 가는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필리핀 부스에서는 마리떼스 씨가 ‘이나따안’을 만들고 있었다. 고구마, 바나나 등을 먹기 좋게 잘라 찹쌀과 함께 죽처럼 만든 음식이다. 필리핀 사람들이 주로 아침에 먹는다. 달고 코코넛 향이 강하다.

1997년 제주로 이주했다는 마리떼스 씨는 지난해 ‘다문화 청소년 글로벌 리더 과정’ 행사에도 참여해 필리핀 식 잡채 ‘빤싯’과 바나나 튀김 ‘또른’을 선보인 바 있다.

마리떼스 씨 옆에서는 필리핀인 엄마를 둔 제주서초 1학년 김수연 양이 음식 준비를 돕고 있었다. 수연 양의 엄마 마스바테 씨는 “딸이 처음에는 뉴스에 나오는 안 좋은 소식들 때문에 필리핀을 무서워했는데, 필리핀을 몇 번 다녀오고 이런 행사에 계속 참여하면서 엄마 나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며 웃음을 지었다.

올해 처음 본 보 행사에 참여한 우즈베키스탄 가족들은 고기빵 ‘삼사’를 구웠다. 삼사는 페스트리 빵처럼 부드럽게 부서지지만 다진 고기와 양파가 들어있어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몽골 가족들은 한국의 볶은 칼국수와 같은 ‘초이왕’을 선보였다. 중국 가족들은 한족들이 자주 먹는 ‘춘병’을, 네팔 가족들은 ‘밀크 티’를 끓여 방문객들과 나누었다.

현장에서는 부모 나라를 알리려는 듯 다양한 전통의상을 입을 아이들이 또다른 나라의 음식들을 맛봤다.

일본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자녀는 “우리 엄마나라 음식(스시)은 잘 알려져 있어 이 곳에서도 가장 먼저 동이 났다”며 자랑스러워했다. “다른 부스에서 여러 가지를 먹어봤는데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무엇보다 다른 나라 음식 이름을 알게 돼 기분이 좋다”고도 말했다.

다채로운 음식을 맛보는 기쁨은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라조카트혼 씨는 “필리핀 음식 이나따안은 죽처럼 먹을 수 있고,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을 것 같다”며 “새로운 음식을 알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와, 옷들이 너무 예뻐!”

이날 행사의 압권은 단연 전통의상 패션쇼였다.

두 살배기 아이에서부터 제법 어른 티가 나는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청소년들이 8개국 전통 의상을 입고 엄마, 아빠 나라의 문화를 선보였다.

1등은 화려한 색감의 전통의상 초폰(chopon)과 아틀라스(Atlas)를 선보인 우즈베키스탄 팀에게 돌아갔다. 2등은 게타를 신고 기모노를 입은 일본 팀이, 3등은 바롱(Barong)을 선보인 필리핀 팀이 받았다. 인기상은 야무지게 국기를 들고 입장한 몽골 아이들 팀이 차지했다.

엄마와 아이들이 전통 의상을 함께 입고 등장한 태국 팀과, 긴 옆트임이 인상적인 베트남 팀, 중국 팀들도 참석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중국에서 온 태양이 엄마는 “오늘 하루 여러 나라를 둘러보면서 다문화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며 “음식을 먹으며 둘러보니 재미있고 그 나라가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양이 엄마는 조금 전 캘리그라피 부스에서 받은 나무 도마를 품에서 내어 보이며 “너무 듣기 좋은 말”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 곳에는 “태양이는 글로벌 리더가 될 거에요!”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제주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 봉사자로 참여해 통역과 안내 등 진행을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