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가을 운동회 ‘전국체전’

2017-10-26     임재정

시리도록 푸르른 가을 하늘 아래로 만국기가 펄럭이고 운동장에는 하얀색과 파란색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깔깔거린다. 이마에 힘껏 띠를 두르고 한 손에 바통을 바짝 쥐고 세상을 뚫고 나갈 듯 이를 악물고 달리는 계주는 가을 운동회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무리를 지은 아이들이 콩주머니를 허공에 하염없이 던지다 보면 흰색 박과 파란 색 박이 깨지면서 반짝이가 날리는 박 터트리기는 한 편의 동화와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면 잔칫집처럼 온 동네가 들썩거리는 가을 운동회는 추억 속에 있는 우리들의 영원한 축제이다.

올해는 충청북도에서 우리나라 가을 운동회가 열렸다.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 제주특별자치도는 35종목 672명이 참가하였다. 대한민국의 1%가 99%를 상대로 겨루는 힘든 여정임이 분명했다. 체육의 성격을 가르는 최전선인 전국체전은 엘리트선수들의 사투의 장(場)이 되고 순간의 실수를 배려해주지 않는 냉정한 경쟁의 세계이다. 누군가는 신기록을 세우며 금빛 메달을 목에 걸지만, 누군가는 경기 도중 근육이 파열되거나 하는 부상으로 소리 없이 울어야 하는 체전 현장은 세상의 축소판이다.

제98회 전국체전에 참가한 제주의 선수들은 의연하고 늠름하고 아름다웠다.

근대5종, 당구, 볼링, 자전거, 스쿼시 종목들의 불모지였던 제주에서 선수들은 약진했고 메달을 선물해주었다. 수영, 체조, 유도, 역도 등은 여전히 효자 종목이었다. 80개의 메달을 목표로 하였지만 메달의 색깔과 숫자로 선수들의 투혼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에 승복할 수 밖에 없는 전장의 용사이기 때문이다.

이번 체전을 계기로 제주 엘리트 체육의 방향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시각으로 체육인재를 키우는 제주체육시스템 마련이 선행되어야 하고, 체전 결과를 바탕으로 제주만의 전략종목 선정과 선수 부상 방지 및 체력 관리 등의 지원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수한 성적이 나오기를 바라기 전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훈련환경 점검 및 선수들의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청 체육진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