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장 밀집한 서부지역의 지하수 오염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질산성질소량 증가 등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가 도의회 김병립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공용 지하수 64개공 가운데 25%인 16개공은 질산성질소에 의한 오염이 증가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오염 원인으론 화학비료와 축산분뇨, 폐수 및 생활하수가 ‘주범’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06년 12월 도내 모 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데쟈뷔’는 ‘이미, 이전에’라는 뜻을 지닌 불어로, ‘과거에도 일어났던 일’을 통칭한다. 무려 11년이 흐른 2017년 들어서도 ‘질산성질소 초과로 인한 지하수 오염’이란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제주도 보건환경연구원(원장 오상실)은 24일 “2017년도 2차 지하수 조사결과, 한림 2곳과 대정 1곳 등 서부지역 3개 관정과 남부지역 1개 관정에서 질산성질소(NO3-N) 농도가 먹는물 수질기준 10mg/L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기존 108개소에서 세밀한 조사를 위한 관측정간 거리 및 중산간 액비살포지, 축산농가 분포 등을 고려해 하류지역 20개소를 추가 권역별 32개소씩 128개 관정에 대한 수질 모니터링으로 진행됐다.
2차례에 걸친 수질조사 결과 주요 오염지표인 질산성질소 농도는 0~17.8mg/L, 염소이온은 2~88.3mg/L이었다. 특히 질산성질소 전체 평균값은 2.5mg/L이었는데, 서부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선 유해성분인 휘발성 물질이나 농약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질산성질소의 농도 증가를 비료와 축산분뇨, 생활하수 등의 영향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공교롭게도 질산성질소 농도가 먹는물 수질기준(10mg/L)을 초과한 곳 중 양돈장이 밀집된 한림과 대정읍 지역은 모두 포함됐다.
10여년 전, 당시 김병립 도의원은 도정질문을 통해 “농정당국은 비료사용량 통계조차 없고 축산부서는 축산분뇨 처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등 제주도정이 지하수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며 “독립 연구기관인 가칭 ‘자하수연구소’를 설치하고, 삼다수 판매 이익금을 지하수 보존관리 재원으로 사용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이 지경이 되도록 제주도 등이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