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가치와 한의 웰니스 관광
내달 2일 한방투어 해외환자 내도
제주 ‘한방 의료관광’ 최적지 가능
유명한 도내 어느 카페를 찾았다. 막상 가보니 돌담으로 지어진 낡고 오래된 창고였다. 공장으로 쓰였던 곳인 걸까, 내부는 낡은 기계 설비들이 먼지 쌓인 채 그대로 있었다. 사실 카페는 이 모든 것을 인테리어로 적극 활용한 것이다. 번쩍번쩍한 새것으로 가득 찬 카페는 많아도 이런 카페는 전국에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등한시했던 낡은 건물을 제주적인 가치로 되살려 명소로 탈바꿈시킨 사례가 종종 있다. 제주어를 활용한 유명한 가게 간판도 그렇다. 어떤 이는 변방의 촌스런 사투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업종에 어울리게 맛깔스러운 제주어로 작명하는 센스는 감탄할 만하다.
그런 가게는 여지없이 인기 있는 명소가 된다. 창작자의 안목과 창의력이 부럽다.
이처럼 제주의 가치를 우리 제주인들이 제대로 인식해야 문화적 자부심도 생기고 경제적 가치도 높일 수 있다. 제주의 풍속, 제주어 말고도 그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자원은 청정 자연이 아닐까. 청정 자연 또한 공기처럼 꼭 필요한 것은 알지만 청정을 유지하는 것을 단순한 기회비용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환경에 대한 공공의식보다 개발에서 오는 개인의 이익에 욕심이 갈 때도 있다. 하지만 제주의 자연을 지키는 것은 개발에 대한 방어 논리만이 아니며 후세들을 위한 먼 미래 가치만도 아니다. 청정 그 자체로 직접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으며 지금 당장 실현 가능한 현재적 가치다.
그 예로 요즘 관광 트렌드의 하나인 웰니스 관광을 들 수 있다. 웰니스는 웰빙(well-being)과 건강(fitness)의 합성어이다. 예방의학 차원의 의미가 부여되어 있어 한의학과 연계하면 좋은 조합이 된다.
처음에는 해외환자 유치에 제주의 한의사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 한의원들과 시장 규모·전문성·인지도 측면에서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도적인 몇몇 한의사들이 제주의 장점과 경쟁력을 파악하고 외국인 환자유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청정 자연 환경을 한의학에 접목시켜 홍보 포인트로 삼고, 제주의 독보적인 한약재인 귤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여름에는 직접 일본에 한의웰니스 관광설명회도 다녀왔다. 사실 제주의 청정 환경과 한의 의료를 접목한다면 웰니스 관광의 경쟁력이 생긴다. 실제로 한 일본인 관계자에 의하면, 일본의 경우 건강한 노년을 누리기 위해 청정 자연과 연계한 예방적 차원의 라이프사이클을 원하고 있다며 제주의 한의학이 그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제주 한의사들의 이러한 관심 덕에 현재 해외환자 유치 의료기관으로 등록한 수가 한의원 기준으로 전국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리고 내달 2일, 드디어 일본에서 첫 한방투어 해외환자가 찾아온다. 10명 내외의 소규모지만 여름에 있었던 일본 설명회의 직접적 성과라는 면에서 실로 의미가 있다.
최근에 부는 일본에서의 한의학 인기가 바탕이 됐지만 제주의 자연환경과 자원을 한의학과 잘 연계한 홍보의 역할도 부인할 수 없다. 귤피의 인기도 한몫했다. 지난 설명회에서 샘플로 제공한 귤피환의 효능을 느낀 분들이 제주 방문에 앞서 벌써 선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일본인의 입장에서 한방투어는 서울이나 대구가 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웰니스 트렌드, 인구 노령화라는 큰 흐름은 제주야말로 한방 의료관광의 최적지라고 웅변해주고 있다. 일본의 일부 부유층 노인들에게 인기 있는 장기간 묵는 롱스테이(long-stay)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한다면 경제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제주의 자원과 그 가치를 제주인이 먼저 인식하고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자연생태·향토자원·문화자원 등 이 모두를 잘만 활용하면 그 자체로 ‘먹거리 사업’이며 당장 구현해 나갈 수 있는 ‘일자리 보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