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과 공존에 걸맞은 토양환경 관리
축산분뇨 인한 지하수 오염 심각
인간과 축산 ‘공존의 길’ 모색해야
최근 제주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축산분뇨 불법배출로 인해 토양 및 암반층 오염이 일부 확인되면서 지하수 오염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내륙에서는 지하수를 먹는 물로 이용하는 량이 전체 4% 수준이지만 제주는 9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그만큼 제주 지하수는 도민들에게 생명수인 것이다.
축산분뇨는 분(糞)과 뇨(尿)가 섞이는 슬러리(slurry) 형태로 배출되는데, 슬러리에는 고농도의 유기질 성분과 돼지 사육 과정에서 설사방지 첨가제로서 투여된 아연·구리가 포함된다. 배출될 경우 토양 및 암반층에서 아연·구리가 오염될 가능성이 높지만 토양에 잘 흡착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하수 오염 측면에선 질산성질소 오염원이 될 수 있는 질소와 같은 유기질 성분들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토양층이나 암반층에 있는 질소 성분들이 계속 잔류하면서 지하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는 하천수와 달리 한 번 오염되면 회복하는데 수년, 수십 년이 걸릴 수가 있기 때문에 예방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8월 지하수의 원천인 숨골에 지난 2~4년간 3500~5000t 가량의 분뇨를 배출했던 ‘상명리 가축분뇨 무단 배출 사건’이 적발, 도민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농장 대표 2명 구속으로 이어진 이 사건은 ‘상명석산 동굴’에 유입된 분뇨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확인됐는데 영향 조사가 시급하다. 토양층뿐만 아니라 토양층 밑에 있는 암반층 오염 여부는 물론 오염 주변 지하수와 넓게는 하류 지역 지하수와 용출수까지 확대 조사가 절실해 보인다.
우선 가축분뇨 배출지역 하부 영향 범위를 설정한 후 세부적인 토양오염 설계도 작성과 오염된 토양이나 암반층 복원, 지하수 복원까지 단계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병행해서 동위원소나 대장균 탐색기술을 도입해서 오염원 규명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
현재 토양 및 암반층, 지하수의 유기물 오염에 대한 복원기술이 미미한 수준이다. 복원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고 현장 적용 가능한 방법들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우리 연구원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들을 강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지하수의 수질은 단기적인 복원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수질 안정화 여부를 지속 관리할 계획이다.
이번 기회에 공공처리장이나 공동자원화시설에서 처리물량 한계로 처리되지 않는 축산액비를 중산간의 초지에 살포하는 정책에 대해서도 고민할 때다. 2012년 해양환경보전법 개정으로 축산분뇨의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과거보다 초지 살포량이 증가하고 있다.
숙성된 액비는 초지 생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유기질 비료로서 효과를 보는 것은 맞다. 그러나 유기질 비료가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 토양에 잔류하는 질소 유기질 성분들이 지하 하부로 유출되어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중산간은 제주 지하수 함양량을 증대 시킬 수 있는 중요한 지역으로서 핵심 요충지라 할 수 있다. 공공처리장이나 공동자원화시설 확충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설치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러 인센티브 정책들과 병행해서 설득하고 가능한 초지에 살포되는 양을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오염사고를 통해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청정한 토양환경과 깨끗한 지하수 수질 유지의 중요성을 다시 되새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제 다시 한 번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의 방향성을 고민할 때다. 인간과 축산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한다.
청정 토양 및 지하수 환경을 지키면서 축산도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한다. 아니 해야만 한다. 우리의 자원은 우리의 것이 아닌 미래세대에게 빌려온 것이기에 다시 청정한 원위치로 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