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보장한 ‘초등 유예’ 현실에선 남의 일
[부모의 눈물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5>학교 찾아 ‘삼천지교’
장애 유형에 맞는 특수학교 찾기도 쉽지 않아
아이를 받아주겠다는 어린이집을 찾아 헤맸던 장애 자녀 부모들은, 아이가 보육기관을 졸업할 나이가 될 때쯤 다시 큰 고민에 빠진다.
초등학교 입학을 한두 해쯤 미루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조금 더 성장의 시간을 갖도록 하고 싶지만 적지 않은 기관들이 초등 유예 아동을 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5세 수민이(가명) 엄마도 벌써 걱정이 크다.
지금은 연동에서 화북 인근까지 매일 두 차례씩 먼 거리를 오가고서라도 보낼 어린이집이 있지만, 이 어린이집에서는 유예 아동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수민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폐 2급 준우(7) 엄마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수민·준우 엄마는 “어린이집에서는 특수교사를 구하기 힘들다거나, 8세가 넘어가는 아동들은 장애 보육료가 적어져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는 댄다”며 “실제 지자체에 문의해보면 나이에 관계없이 보육료도 같고 원장 선생님의 말이 핑계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을 알아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많은 장애 아동 가정에서는 발달이 느린 자녀들이 조금이라도 일반 아이들을 좇아갈 수 있도록 초등학교 입학유예를 선택한다.
실제 법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장애 아동들은 만 12세까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도록 초등학교 입학 유예를 보장하고 있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는 유예 아동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애 유형에 맞는 특수학교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두 쪽 귀가 다 들리지 않는 수민이의 엄마는 아이를 농아학교에 보내고 싶지만 제주에는 농아전문학교가 없다.
제주시 지역의 한 특수학교는 농아학교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농아반이 개설돼 있지 않다. 해당 학교에서는 교육청에 특수학교 입학 신청을 하면 농아반을 열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수민이 엄마는 수화를 할 줄 아는 교사가 제주에 많지 않다는 말에 한쪽 눈만 간신히 볼 수 있는 수민이가 특수학교에서도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 할까 걱정이 앞선다.
수민이 엄마는 “언젠가 보육기관을 벗어나 특수학교로 가야할 때가 되면 어디를 보내야 할지 감감하다”며 “장애 유형에 따른 특수교육 과정이 비교적 잘 갖춰진 서울로 가고 싶지만 집값이 비싸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다”고 한숨을 토했다.
반면 준우 엄마는 이주 계획을 세운 상태다.
준우 엄마는 “제주에서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겪었다”며 “서울에 가면 다시는 제주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보육 관계자는 "소정의 교사수당 외에 장애 영.유아 나이에 따른 지원액 차이는 없다"며 "현장에서 초등 유예 아동을 거부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