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정유년’의 먹거리 ‘닭’
붉은 닭의 해라 불리는 정유년이 몇 달 남지 않았다. 붉은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가진 길조라 불리며 크나큰 대접을 받는 듯 했지만 지금은 대접은 고사하고 저주받은 닭의 해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겨울부터 전국을 휩쓴 사상 최악의 조류독감(AI)으로 청정 지역인 제주에 까지 영향을 미쳐 수천만 마리의 닭이 매몰되고 폐사되었다. AI 여파로 계란 값은 급등하였고 시중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여 수급 안정차원으로 외국에서 수입해서 공급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시기에 브라질 부패 닭고기 파동이 일어났는데, 국내 전체 수입 닭고기의 40%를 차지하는 브라질 닭고기 수입업체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매우 커졌다.
잡음은 또 치킨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생겼다. 치킨 한 마리당 2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에 나서자 치킨업계는 바로 가격인상계획을 철회했지만 사회 각계에서 비판이 일었다.
닭의 수난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계란이 국내에서도 발견되면서 양계농가와 소비자 모두 ‘멘붕’ 상태가 되어버렸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예견된 사태일지도 모르지만 열악한 양계 환경이 살충제 계란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한다. 이번 파문으로 안전불감증과 관리부실로 사법처리를 당하는 등 양계농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미 알고 있듯이 닭고기와 계란은 많은 음식과 각종 제과류에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닭에 문제가 생기면 식생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새로운 대책을 내세워 이 파동을 지혜롭게 극복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먹거리 불안에서 벗어나 안전한 먹거리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양성하고 농장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생산에서 유통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등 구조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곧 추석이다. 추석에는 봄에서 여름동안 애써 가꾼 햇곡식과 햇과일이 차례 상에 올라올 것이다. 이번 추석 이후로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서귀포시 자치행정국장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