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교육인데 바늘구멍
[부모의 눈물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3> 선택권 좁은 공립 유아 특수교육
특수학교는 5명, 유치원 특수학급에선 15명 소화
도내 공·사립 유치원 모두 합쳐도 50명 안팎
교육감 동지역 유치원 만5세 연령제한에 폭 더 축소
상당수 비전문가 교사에 맡기며 서로 힘든 눈칫밥 교육
모든 학부모들은 자녀가 질 높은 교육기관에서 배우기를 원한다. 영아 시기에는 거리가 가깝거나 온화한 교사가 있는 어린이집을 선택하지만, 아이가 커갈수록 교육과정의 짜임새나 예체능의 비중을 따져 선택하는 이유다.
장애 아동 가정이 선호하는 유아교육기관은 특수교사가 있는 장애전문교육기관이다. 그러나 제주지역에서 교육청이 운영 주체가 되는 공립 교육기관의 장애 유아 재원 비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2017년 3월 현재, 영지학교와 서귀포온성학교에는 5명, 인화·삼성·노형·서귀중앙초등학교 병설유치원 특수학급에는 15명이 재원하고 있다.
이 외 도련초·삼양초·오라초·하귀초 등 여러 병설유치원에도 장애 아동들이 다니고 있지만 특수학급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교사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장애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장애 학생들만 다니는 특수학교보다, 일반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을 선호한다. 중증장애만 아니라면, 아이가 사회에 나갔을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제주지역 병설 유치원 중 특수학급 설치 비율은 전체 96개원 중 4개원으로 4.2%에 불과하다. 여기에 특수학급이 설치되지 않은 유치원까지 공, 사립을 모두 합쳐도 도내 유치원에 다니는 장애 영·유아는 50명을 넘지 않는다.
제주도에 따르면 7월 기준 만 3~5세 등록 장애 아동 수는 233명이다. 여기에 등록 없이 의사 진단만 받았거나 나이가 어려 장애 판단을 미룬 잠재 장애 아동 수까지 감안하면 의무교육에 포함되는 미취학 장애 아동의 수는 더 늘어난다.
특히 2014년 이후 이석문 제주 교육감이 동지역 공립유치원에 대해 만5세 이상 취원 연령 제한 정책을 펴면서 만 3, 4세 장애 영·유아들의 유치원 특수학급 입소의 문은 더 좁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치원 학급설치 4인 기준을 초과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학부모들은 “특수학급이 적으면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장애 아동은 일반 교사들에게 보내어지면서 교육의 전문성은 떨어지고, 교사들은 교사대로 힘이 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며 “아동학대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수교육 전문가들 역시 “장애인에 대해 유치원과 고교 의무교육이 이미 수년전 시작됐지만 현장의 준비는 낙제점인 상황”이라며 “장애 유형에 따른 개별화 교육은 어렵더라도 특수교사를 통한 통합지원교육은 충실히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