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수형인 불법 군사재판 판결 무효 선언해야”
이상희 변호사 현안문제 해결 토론회서 주장
1948년부터 1949년까지 고등군법회의의 판결에 의해 사형 또는 형집행을 당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판결의 무효화’ 또는 ‘특별재심절차’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희 변호사는 9월 29일 하니크라운관광호텔 2층 연회장에서 열린 제주 4.3의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4.3 당시 불법군사재판으로 옥고를 치른 18명의 4.3 수형생존자들이 지난 4월 제주지법에 ‘4.3 수형 희생자 불법 군사재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지만, 판결문이 존재하지 않는 전국 최초의 재심 사건인 만큼 재판부가 재심 개시 여부에 고심이 깊다.
1948년 군법회의(12월 3일부터 27일 총 12차례)는 형법 제77조 내란죄를 이유로 871명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했고, 1949년 고등군법회의(6월 23일부터 7월 7일까지 총 10차례)는 국방경비법 제32조(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 또는 방조) 및 33조(간첩) 위반을 이유로 1659명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미국측 자료에 의하면, ‘1949년 군법회의에 대해 제주도의 공산주의자들과 동조자들에 대한 재판결과는 기소 민간인 1652명, 군인 47명 선고(사형 345명, 무기징역 238명, 15년형 311명, 7년 이하 형 70명, 무죄 54명. 석방 46명)’라고 기록됐다.
판결문 등 소송기록이 애초부터 작성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불과 며칠 사이에 그 많은 인원을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소송을 진행하고 판결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사흘 만에 345명을 사형선고는 사법사상 최대의 사건임에도 국내 언론에 단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고, 그 시신들이 암매장된 점도 의혹이다.
이 변호사는 “군 당국은 1948년 군법회의와 1949년 군법회의에서 헌법 및 법률이 정한 재판절차도 없이 ‘판결’의 형식으로 희생자를 처형하거나 형무소에 수감하는 등의 국가폭력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형사소송법의 한계, 처음부터 재판행위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1948년 군법회의와 1949년 군법회의에 대해서는 입법을 통해 판결의 무효를 선언하거나 적어도 판결문 없이 위원회의 결정으로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