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취지 절반만 살린 ‘제한적 돌봄’
[정부 초등돌봄 새판짜기, 제주지역 문제는] (상)
1~2학년 위주에 저녁돌봄은 한 곳도 없고
운영시간, 급·간식 여부 학교 마다 제각각
문재인 정부가 교육의 공공성 강화와 저 출산 극복을 위해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지역에 따라 형식적이거나 일관성 없이 시행돼 온 현행 초등 돌봄교실을 지역 자원과 연계해 보다 실질적이고 촘촘한 교육망으로 재편한다는 의미다. 이에 앞서 제주지역 돌봄교실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제주는 전국에서 돌봄교실을 가장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지역 중 하나다. 맞벌이 부부 비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지만 17개 시·도 중 저녁돌봄이 이뤄지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는 교육 서비스에 대한 수요자들의 요구가 ‘복지’와 맞물려 점차 넓어지고 있지만, 도내에서 ‘보육’의 기능을 공교육이 어디까지 소화할 것인가에 대해 공론화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돌봄교실은 교육과 보육을 동시에 돌보는 교육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2004년 도입됐다.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와 핵가족화 심화, 한 부모·조손·저소득층 등 어려운 환경에서 방치되기 쉬운 아이들 돌봄기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경감과 저 출산 극복이라는 과제도 돌봄교실 도입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이에 집권하는 정부마다 방과후 돌봄을 주요하게 추진했고, 특히 박근혜 전 정부는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밤 10시까지 전 학년 확대 추진을 시도했다. 하지만 제주지역의 경우 정부의 방향과 온도차가 분명하다.
제주도교육청의 2017학년도 초등돌봄교실 운영 계획을 보면, 현재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오후 돌봄은 107개교(179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저녁돌봄은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한 곳도 없다. 토요돌봄은 전체 110여개가 넘는 초등학교 중 7개교(7개실)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다시 말해, 아직 부모는 퇴근 하지 않았지만 돌봄교실에 참여하고 있는 저학년들조차 오후 5시 이후에는 학교 밖을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방학 중에는 운영 시간이 더 짧아지는 학교도 상당수다.
학교 현장의 문 역시 매우 제한적으로 열려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맞벌이나 어려운 환경에 놓인 가정에 한해 아이들을 받고 있고, 일부 학교의 경우 학년 단위로 연초에만 아이들을 모집하면서 접수 시기가 지나 지원 조건이 된 아이들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교실 수를 기준으로 학생 수를 제한해서 받거나, 신청자가 7명 이하일 경우 돌봄교실 자체를 폐쇄하는 경우도 있다.
학교마다 운영 시간이 다른 점도 논란거리다.
지난 여름방학의 경우 돌봄교실 운영시간이 오후 1시인 학교가 있었는가하면, 오후 5시까지인 학교도 있었다. 또 학교에 따라 급식과 간식이 모두 나오기도 하고, 간식만 주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방학 중 돌봄교실 입실 시간을 오전 9시 이후로 못 박아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당초 돌봄교실이 일과 가정의 양립, 사교육비 감소, 교육복지 확대 등의 지향에서 국가사업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학교마다 운영 조건이 다른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도교육청의 조정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