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필요 시점”
제주도 축산분뇨 관리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5> 패러다임의 변화
일부 양돈업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파문이 확산되면서 그 피해는 기본을 지키며 양돈 산업을 이끌어 온 농가들에게 번지고 있다. 일부 농가들은 “이제 어디 가서 양돈장 운영한다고 말하기가 두렵다”며 바깥 외출도 꺼리는 상황이다.
양돈 12년차에 접어든 젊은 농장주 K모씨(46)는 요즘 웬만해선 양돈장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얼마 전 숨골 무단 배출 사건 이후 양돈업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졌기 때문이다.
양돈장 인수 이후 10년 이상 1500마리 내외의 돼지만 사육하고 있다는 K씨는 주변에선 “양심적인 농가”로 통한다. 지난 9일 제주시 한림읍 한 마을에 위치한 그의 양돈장을 찾았다. 입구부터 수령 10여년 이상된 다양한 나무들이 양돈장을 감싸고 있었다. K씨의 돈사는 낡았지만 양돈장 주변 환경은 비교적 깨끗한 모습이었다.
숨골 무단 방류의 책임은 “농가의 잘못”이라고 단호하게 지적한 K씨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역 양돈 산업이 양적인 ’육성’이 아닌 질적인 ’관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0년 50만2000여마리(추정)던 돼지 사육두수는 지난해 56만여마리까지 늘었다. 이 기간 액비 공공처리시설은 불과 53%에 머물면서 농가와 민간업체의 양심에만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K씨는 “최근 제주지역 인구 증가와 ‘제주돼지’인지도 상승으로 돼지고기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에 따른 액비살포지 축소, 양돈장 인근으로의 민가(펜션 등) 확대되면서 사육환경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축산 당국과 농가들은 그동안 양적인 육성에만 치중하면서 공공자원화 시설 등에 대한 투자는 인색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액비자조금’등 양돈 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끄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도내 양돈 농가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계산만으로 농가가 10억 이상을 얻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이 떠안고 있는 부채도 상당하기 때문에 농가의 실제 수입은 10분의1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생산·유통·소비 등 양돈 산업 전체를 제주의 ‘공공산업’으로 인식, 보다 실질적인 정책 도입과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