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 표류 눈감는 국회의원들

2017-09-04     제주매일

내년 6월에 치러지는 제7대 지방선거를 위해 인구 조정이 반드시 필요한 제주도의원 선거구는 제6·9선거구다. 제주시 삼양·봉개·아라동을 묶은 제9선거구는 5만4000여명으로 헌법재판소가 정한 인구 상한선 3만4800명을 크게 초과할 뿐만 아니라 인구수가 가장 적은 28선거구(안덕면·1만600여명)과 무려 5.14배의 격차가 발생한다.

그러나 도의원 선거구획정 작업은 8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2월 내놓은 도의원 정수 2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에서 더 나아간 게 없다.

일단 ‘문제’의 시작은 지난 7월12일 있었던 도지사-도의장-제주 국회의원 간 ‘3자 회동’이다. 이들은 도의장실에서 도의원선거구 획정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진 뒤 “도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민여론 조사결과 비례대표 축소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를 늘리기로 결정, 국회의원들이 제주특별법 개정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이 “풀뿌리 민주주의 후퇴”라고 비난하고 나서자 국회의원들이 채 한 달도 안된 지난달 7일 ‘돌연’ 특별법 개정 작업 포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에 제주도는 이튿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수 조정을 위한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지 않고 선거구획정위원회를 통해 현행 29개 선거구를 재획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거구획정위원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의원 정수 2명 증원’ 권고안 대신 ‘비례대표 축소’를 대안으로 추진해온 ‘3자’에 대한 불쾌감 등으로 지난 24일 전원 사퇴함으로써 선거구획정 작업은 공중에 뜨고 말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있는 데도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두달전 이른바 ‘3자회동’을 갖고 특별법 개정 등 주도적으로 지역 현안인 선거구획정 작업을 해결하려던 모습들이 없다.

비겁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일부의 비난이 있더라도 대다수의 도민들이 원한다면 비례대표 축소를 위한 특별법 개정 작업을 밀어붙였어야 했다.

그런데 시작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그야말로 될 것 같으니 숟가락 얹으려다 아니다 싶은 모양이다. 책임정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서 ‘중재’를 하든 특별법 개정을 재추진하든 행동을 보여야 한다. 상황이 좋아질 때 하는 ‘숟가락 얹기’는 그 누구도 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