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비엔날레 ‘주먹구구식’ 추진 논란
참여작가들 일부 계약서 미 작성, 행사 종료 후 작품 향방도 몰라
30일 현재 홍보 앱 미 개통, 홍보대사 보아 최근 발표…활용 미미
중앙 인사엔 공적 자금으로 팸 투어…지역정서 반영노력 낮은 점수
제주도 예산 15억. 단일 문화행사로는 최대 규모의 비용이 투입되는 제주비엔날레가 촉박한 기간에 추진되면서 참여 작가들로부터 매뉴얼 없이 진행된다는 원성을 사고 있다. 제주 첫 비엔날레를 열면서 지역사회 깊숙이 행사를 알리기보다, 중앙 언론 홍보에 무게를 싣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오는 9월 2일부터 12월 3일까지 제주 일원에서 열리는 제주비엔날레는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이 지난해 부임과 함께 발표한 핵심 프로젝트다.
김 신임 관장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제주 사회와 제주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 온 ‘관광(Tourism)’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예술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주비엔날레는 전 세계 15개국에서 70인(팀)이 참여할 예정인 가운데, 1일 중앙 기자단 미디어 투어를 시작으로, 2일부터 본격 항해에 나선다.
그러나 도립미술관의 이 같은 당찬 포부와 달리, 현장에서는 행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도 비엔날레 측과 작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작가들이 있는 가하면,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작품비를 전액 받은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들이 나뉘고 있다.
중견작가 A씨는 “일정이 다가오는데도 미술관 측에서 아무 액션이 없어 내가 먼저 재료비라도 달라고 해 겨우 받았다”며 "2일 뒤가 행사인데 아직 계약서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행사 종료 후 작품을 어디로 옮겨갈 것인지에 대해서도 얘기된 바가 없다”며 “매뉴얼 없이 진행되는 느낌”이라고 불신감을 표했다.
계약서 없이 출품하는 것은 B씨도 마찬가지다. B씨는 “계약이 안 됐고, 재료비만 받아 작업했다. 비엔날레가 끝나고 나서 어떻게 한다는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비엔날레 시작을 두 달 앞둔 7월에야 합류했다. 주제에 관해 사유하고 작업할 시간을 충분히 보장받지 못 한 셈이다.
반면 A씨와 같은 장소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C씨는 “계약을 맺고, 작품료를 전액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씨도 비엔날레 후 작품 처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행사가 서둘러 추진되면서, 비엔날레 주요 섹션 중 ‘투어’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홍보 앱 ‘스마트 투어’는 30일 현재까지 완성되지 못 했다. 가수 보아의 홍보 대사 기용 발표도 지난 29일에야 뒤늦게 이뤄졌다. 홍보 어플리케이션과 홍보대사는 진작 이뤄져 비엔날레의 홍보에 최대한 활용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도립미술관 측도 앱 ‘스마트 투어’의 추진이 원활치 않음을 인정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3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간이 촉박하다보니 빨라야 1일 앱을 다운 받을 수 있고 내용도 충분치 않을 수 있다”며 “"남은 비엔날레 기간 콘텐츠를 보완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민 홍보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잇따른다.
추진 초기부터 지역 문화계에서는 섬의 특성상 타 지역 관람객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제주비엔날레의 성패가 도민 참여에 달렸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도립미술관 측은 중앙 언론사와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팸투어(주최 측 예산 부담)에 나서는 등 도민보다 도외 홍보에 힘을 쏟는다는 지적이다.
취재 중 만난 이들은 “제주에서 처음 비엔날레를 개최하는데 프로젝트의 폭이 넓고 추진 일정은 짧아 행사를 무리하게 진행한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진정 제주를 위해 찬찬히 고민한 ‘15억 지출’인지 각계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역 문화계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