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쓰레기 골프 동호회’와 유감영 선생님

2017-08-29     김경하

쓰레기를 줍는 ‘거리의 천사’
74세 이주 제주인 매일 자진 봉사
그만의 제주사랑·지구사랑 방식

뜻 같은 사람들 모여 동호회 조직
‘지구에서 가장 깨끗한 제주도’ 구호
집게로 쓰레기 잡고 통에 ‘홀인원’

 

특이하게 생긴 긴 집개와 비닐봉지 2~3개를 들고 날씨와 무관하게 묵묵히 거리에서 홀로 새벽 청소를 하는 이가 있다. 수년 전부터 제주시 연동 일대를 그 어느 곳보다도 깨끗한 거리로 만드신 일등공신이다. 그 어떤 대가도 칭송도 마다하는 그는 매일 새벽 6시 무렵이면 어김없이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와 빈병·캔·휴지와 쓰레기들을 분리하여 봉투에 나누어 담는다. 그리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 굽은 등이 어쩐지 조금은 애처로워 서글프다.

이 ‘거리의 천사’는 바로 연동에 거주하는 올해 74세의 유감영 선생님이다. 그는 좀 특별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젊은 시절 안양·수원·용인 등 경기도 일대의 농협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는데, 자녀도 없이 아내와 살다가 20년 전 암으로 아내마저 잃고 혼자가 되었다.

부인을 잃자 상심이 너무 큰 나머지 오랜 동안 우울증으로 극도의 저체중증까지 앓았다. 심지어 빈번한 자살충동으로 거의 삶을 포기할 무렵 형님의 간곡한 권유로 죽기 전 마지막(?)으로 제주도 여행을 왔다.

그런데 제주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삶의 희망을 찾았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붙잡은 선생님의 삶의 의지는 새로운 언어 배우기에 대한 열정으로 변하여, 혼자 긴 세월 러시아와 중국으로 언어 공부를 목적으로 유학을 떠나게 이른다.

그는 3년의 러시아 생활에 이어 9년의 중국 유학 생활 동안 언어 공부이외에도 자발적으로 쓰레기 줍기로‘지구환경보호 자원봉사’를 실천한다. 이것은 점차적으로 발전하여 당시 함께 공부하던 절강성의 닝보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의 봉사에 동참했는데, 나중에 그 숫자가 무려 3600여명에 달하였다.

그는 당시 중국 인터넷에 소개되는 유명세를 타기도 했고, 지금도 검색이 될 정도다. 현재도 그때 참여했던 현지 학생들과의 인연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 그 시절 학생들의 성숙한 인격의 덕목으로 그는 환경운동을 단연 으뜸으로 강조하였다.

이렇게 외국에서까지 환경에 대한 실천적 삶을 생활의 목표로 여기던 그가 마침내 귀국하여 3년 전 제주도민이 됐다. 그리고 그에게 새롭게 제 2의 인생을 살게 한 제주에서 본인 방식의 지구사랑·지구지킴·환경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그는 현재 때때로 영어·중국어·러시아어를 개인적으로 가르치고 공부하며 제주 환경에 대한 시(詩)도 꾸준히 쓰고 있다.

유감영 선생님 혼자 하시던 이 ‘제주 사랑, 쓰레기 줍기 환경운동’은 올 봄부터 좀 더 확산됐다. 현재 ‘쓰레기 골프 동호회’라는 이름으로 제주 시민 15인이 가입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비영리 청소 봉사 모임이다. ‘지구 마을에서 가장 깨끗한 제주도’라는 구호 아래 매주 토요일 오전 6시부터 9시 무렵까지, 제주시청에서 매주 동호회에 요청하는 곳으로, 장소를 꾸준히 옮겨가며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평일 새벽은 선생님 혼자 연동에서 계속 하시기에 그곳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지금도 날마다 거리에서 봉사하는 이유로 △깨끗한 주변 환경 유지 △성인병 예방의 효과적 실천 △상호이해와 인간관계 개선 △자원봉사의 참맛을 깨달음 △체력저하 극복 △알차고 아름다운 노후 인생 △서로 돕는 행복 등을 장점으로 자신 있게 꼽으신다.

실천적이고 직접적인 이 거리 환경 봉사를 통해 선생님이 삶의 의미와 보람 그리고 나름 건강과 행복까지 찾으셨다니 너무도 감사할 뿐이다.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의 참여는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따지지 않는다.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고 오직 약간의 시간과 마음과 정성만 지참하면 된다.

누군가는 푸른 잔디위에서 폼 잡고 골프공을 날리며 ‘굿 샷!’에 ‘홀인원!’을 외친다면, 유 감영 선생님과 ‘쓰레기 골프 동호회’ 회원들은 토요일 아침마다 선생님이 직접 특별 제작하여 공수하신 긴 ‘집게’를 클럽삼아 그들만의 쓰레기 골프 축제를 연다.

멋진 축제다. 모두가 홀인원이다. 깨끗한 제주, 깨끗한 거리를 갈망하는 제주 시민들이여, 이 향연에 기꺼이 동참해보지 않으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