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성리학 토대 만든 부해 선생 조명

제주박물관 ‘안병택’ 특별전
29일부터 학문세계 재조명

2017-08-27     문정임 기자

조선시대 이래, 제주는 200년간 이어진 출륙금지령(1629~1823)과 척박한 절해고도라는 위치 때문에 유학이 자생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때문에 제주의 문사들은 학파와 상관없이 유배 유학자들이 왔을 때 비공식적인 강습을 통해 지식을 축적했다.

그러나 출륙금지령이 해제되는 1820년대부터는 육지로 나가 이름 있는 유학자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람이 부해 안병택(浮海 安秉宅, 1861~1936)이다.

국립제주박물관(관장 김종만)이 오는 29일부터 10월 22일까지 근대 제주 지식인들의 스승, 부해 안병택의 삶과 학문세계를 조명하는 특별전을 연다.

안병택은 조선 말기 제주 조천리에서 태어났다. 젊어서 전라남도 장성으로 이주해 당시 호남 성리학의 대학자 노사 기정진(蘆沙 奇正鎭, 1798~1876)과 그의 손자인 한말 의병장 송사 기우만(松沙 奇宇萬, 1846~1916)에게 학문을 배웠다. 제주인 최초로 노사학맥을 정통으로 이어받은 그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성리학을 공부하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라 여겨 교육을 통해 후학들의 정신을 가다듬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는 부해 안병택의 생애와 학문세계 그리고 그가 제주에 남긴 영향 등 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 45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생애를 다룬 1부, 노사학파와 한말 위정척사사상을 살핀 2부, 학문 세계와 교유관계를 담은 3부, 제주와 연관한 4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4부 ‘제주와 부해 안병택’에서는 평생 고향 제주를 그리워하며 고향 사람들과 교류했던 글과 제주항일운동을 이끌었던 제자들의 족적을 살핀다. 제주 유림이었던 해은 김희정·수은 김희돈·신암 김치용 등을 비롯해 심재 김석익·진재 이응호·혁암 김형식·행은 김균배·농암 양성하·만수 한균도·초광 고사훈 등 부해를 스승으로 모셨던 제자들의 자료를 들여다본다.
  
이번 전시는 ‘부해만고’를 발굴하고 번역한 소농 오문복 선생과 부해 선생의 증손 안성모 선생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뤄졌다.

제주박물관 관계자는 “큰 배움을 위해 제주를 떠나 육지에서 많은 제자를 기른 부해 선생은 제주 유학의 맥을 이은 최초의 인물이자 제주의 근대 지식인들에게 항일의식을 고취시킨 정신적 스승이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의 인물을 조명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나라 사랑을 가르쳤던 깊은 뜻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064-720-8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