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약속 뒤집기’
원희룡 제주지사와 신관홍 도의장, 지역 출신 강창일·오영훈 국회의원이 간담회를 가진 것은 지난달 12일이었다. 이들은 이날 도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의 권고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획정위의 권고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안 역시 여론조사였다. 다만 대상을 도민 전체로 확대하고, 2개 여론조사기관이 각각 1000명씩 전화면접 조사가 아닌 대면면접 방식으로 실시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이와 관련 강창일 의원은 “국회와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가 필요하겠지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한 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수용하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후 여론조사는 진행됐고 결과는 ‘비례대표 축소’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오영훈 국회의원의 입법 발의로 오는 11월까지 제주특별법을 개정키로 하고 제반 절차를 밟아왔다.
하지만 오영훈 의원이 7일 예고도 없던 기자회견을 갖고 ‘비례대표 축소’를 담은 특별법 개정 문제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전격 밝히면서 원점으로 회귀됐다. 오 의원은 “정치적 신념과 가치가 다르더라도 약속대로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었지만, 당의 정치적 방향과 소속 의원들의 부정적 의견으로 입법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고 해명 아닌 변명을 늘어놨다.
그러면서 향후 책임을 원희룡 지사에게 떠넘겼다. “특별법 개정(정부입법)이든, 선거구획정위 재가동이든 도지사가 책임 있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권형 헌법 개정을 이유로 ‘행정시장 직선제’를 반대하고 나서는가 하면,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마저 폐기시켜 놓고선 이제 와서 ‘나 몰라라’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행태로 인해 제주 정치권과 도민사회는 큰 혼란과 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감안하면 늦어도 연내에 제주특별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시일이 촉박할 뿐더러 이해당사자간 충돌 등 넘어야할 산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게 국회의원이라고 하더니, 이럴 바엔 모든 것을 지방정치권에 맡기고 애당초 개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지역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군색한 해명이나 변명이 아니라 진솔한 사과여야 마땅하다. 결국 다시 공을 넘겨 받은 제주도와 도의회가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