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와 ‘안전 도시’

2017-08-06     황승철

사회학 용어 중 회색 코뿔소(Grey Rhino)란 말이 있다. 세계적 위기관리 전문가 미셸 부커의 비유에서 유래되었는데, 예고 없이 발생하지 않고 일련의 경고 신호와 전조증상을 보이면서 돌진하는 위기를 코뿔소가 공격을 할 때 콧김을 내뿜으면서 달려드는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사실 회색 코뿔소의 큰 덩치와 몸무게를 생각해 볼 때 이런 유형의 위기는 발생 개연성도 크고 누구나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그 예측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종종 이를 무시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여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회색 코뿔소라는 위험을 자신에게 닥쳐올 위험이라고 인정하지 않아 끊임없이 사고가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란 말로 돌려 표현하곤 한다.

회색 코뿔소를 피한다는 것은 닥쳐올 명백한 위험 요소를 인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가능하면 이를 기회로 전환해 내는 것을 말한다. 그런 면에서 회색 코뿔소 피하기는 바로 안전도시의 개념과 닿아 있다. 안전도시는 그 지역이 얼마나 안전한가 하는 의미 보다는 지역주민이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를 중요시 여기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 제주는 스웨덴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ISCCC)로 부터 아시아 최초로 국제안전도시 제3차 공인을 획득했다. 이는 지난 10년간 안전 증진을 위한 제주도민들의 노력에 대한 칭찬이자 더 잘하라는 채찍이기도 하다.

특히, 제주도정 목표인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안전의 가치’가 반드시 뒷받침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전도시는 공인을 받았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새로운 출발인 셈이다. 매 5년마다 보다 업그레이드된 안전망을 준비하여 엄격한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2022년에 있을 제4차 공인에 앞서 보다 더 다양하고 촘촘한 시책 발굴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도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라는 양분을 먹고 성장해가는 안전도시야말로 때때로 우리를 위협하는 회색 코뿔소를 쉽게 피할 수 있는 큰 힘이라 생각한다.

<제주소방안전본부 방호구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