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임용축소 뿔난 교대생
[소기획] 급격한 사회변화, 갈피 못 잡는 교육계
(상) 초등교원 수급조절 실패
제주지역도 초등교사 선발인원 급감
교대생들 11일 전국 규모 투쟁 예고
‘인구절벽’ 우려가 현실화되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주하는 ‘풋보팅(foot voting)’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학생 수를 기초로 ‘백년지대계’를 세워야 하는 교육계가 애를 먹고 있다. 인구 증감 현상을 좇아가지 못하는 교육계 현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오는 11일 제주 교대생들이 거리에 나설 전망이다. 초등교사 임용시험을 불과 100여일 앞뒀지만, 공부보다 중요한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발표한 사전예고에 따르면 2018학년도 공립 초등교사 임용시험 선발 인원은 15명이다. 지난해 56명을 뽑았고, 2015년에 91명, 2014년에 131명을 선발한 것에 비하면 급감한 수치다.
2018학년도 초등 임용시험 사전예고가 나간 지난 4일 제주 교대생들이 도교육청을 찾았으나 원론적인 대화만 오갔다.
도교육청 초등인사팀 관계자는 “선발인원은 교육청이 정하지만, 전체 규모는 교육부에서 잡기 때문에 제주지역만 선발인원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오지학교가 많은 강원도나 전라북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공통 현상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올해(2018학년도) 전국 공립 초등학교 교사 임용 인원은 3321명으로, 지난해 5764명보다 43%나 줄었다. 지난해 846명을 선발했던 서울은 올해 105명을 뽑고, 광주는 고작 5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문제의 원인으로 중장기 교원인력 수급 조절에 실패한 교육당국에 책임이 쏠린다.
교육부는 저 출산 여파로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신규 교사 선발 규모를 유지해왔다. 청년 실업난을 덜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장 발령할 곳이 없는 임용시험 합격자가 초등에서만 전국적으로 3500여명에 이르자, 정부는 현행법상 3년 이내 미 임용시 합격이 취소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해 올해 신규 선발자를 대폭 축소하기에 이르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출생아 수는 36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출생아 수는 1970년대 한 해 100만 명에서 2002년 49만 명으로 절반으로 줄더니 지금은 40만 명대로 추락했다.
2011년 이후 초등학생 수는 313만 2477명에서 2016년 267만 2843명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줄었지만, 초등학교 교사 수는 이 기간 18만 623명에서 18만 3452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제주지역의 경우, 이주 열풍으로 2014년 이후 초등학생 수가 매해 수백 명씩 순증하고 있음에도 유입인구 대다수가 외곽지역 학교로 들어가면서 학급 수 증가 요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도내 초등학생 수 역시 2011년 4만2143명에서 2016년 3만8272명으로 3871명 감소했다.
반면 현재 제주지역에는 매해 제주대 초등교육과 졸업생이 120여 명씩 배출되고, 도내 임용 대기자도 120여명에 이른다.
제주교대 학생회 허 현 부회장은 “교원양성이라는 특수목적으로 만들어진 과인데 정부가 교원수급에 실패함으로써 올해 졸업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정부 정책의 실패 대가를 교대 생들에게만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