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자유도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2005-09-23     제주타임스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안보는 것은 느낌 자체가 판이하다.  사람들의 살아가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은 변화에 의해 삶의 판도를 180도로 바꾸어 놓는 경우들의 허다하다. 예를 든다면 감귤 수입을 하면 시장의 수요공급 선에서 공급이 많아져서 가격이 내려가고 이윤이 작아질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제주 생명산업인 감귤산업이 몰락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반면에 감귤을 수입함으로써 감귤 산업에 큰 타격을 입더라도 고육지책의 경쟁체제에 진입하여 가격 경쟁력과 품질향상에 기여되고 또한 WTO체제하에서 국가의 비교우위 상품 등을 수출하여 국가적으로 감귤 손해의 몇 십 배의 이익과 이 이익의 파급효과로 감귤수입 손해보다 더 많은 이익이 감귤산업자들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복잡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흔히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한다.  사람들의 논리와 사고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복잡한 일일수록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한다. 모든 상황을 꼼꼼하게 다 챙길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사고에는 “인지적인 지름길(cognitive shortcut)”이라는 용어가 탄생 한 것이다. 얼핏 생각해서 쉽게 떠오르는 것에만 집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 하다가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두 집단의 사람들에게 곱하기 문제를 냈다고 하자 한쪽에는 ‘1×2×3×4×........×10’의 답을 5초안에 어림짐작을 해보라고 한다.  또 다른 집단에는 그 반대로 ‘10×9×8×7×.........×1의 답을 5초안에 어림 짐작을 해보라고 한다.  두 문제의 답은 똑 같다. 숫자의 배열 순서만 반대로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실험한 결과를 보면 1부터 시작한 문제를 접한 집단이 어림짐작한 답은 10부터 시작한 답보다 훨씬 작은 숫자로 나온다고 한다. 1부터 시작 했을 때와 10부터 시작 했을 때의 감(感)은 다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 차이가 이런 차이일 것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핵심 프로젝트로써 관광, 의료. 교육, 노동 개방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연일 해당 단체 기관에서 반대 성명 및 제주도로 이관될 국가기관 직원들은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한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국제자유도시체제가 아니더라도 개방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조류다. 우린 모험과 도전으로 세계를 향해 눈을 돌려야 한다. 개방에 대한 손익도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안 보이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눈에 안 보이는 것에 대하여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생존전략의미의 강한 기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독수리의 늠름한 기상의 부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독수리는 험한 산, 깎아지른 절벽에 둥지를 튼다. 둥지도 가시덤불로 짓는다고 한다.

새끼가 자라면 엄마는 둥지를 흐트려 새끼들이 가시덩굴에 찔리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결국은 자기 새끼를 밖으로 밀어 버린다. 새끼는 그 가마득한 절벽에서 죽음의 다이빙을 감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넓은 세계로의  첫 비상은  이렇게 죽음을 각오한  결전에서 시작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독수리 새끼가 고통과 고난 속에서 힘이 생기는 것은 눈에 안 보이는  것이다. 우린 개방의 아픔으로 독수리와 같은 늠름한 기반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자. 물론 지금 같은 불확실한 시대에 개방은 두렵고, 불안하고  피해 의식으로 밤잠을 설치는 이도 있으리라 그러나 무조건 개방은 아니다. 개방절차의 합리성은 찾아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린 등 너머 콩밭 갈아 우리끼리 다정하게 나눠 먹고 살던 농경 인이 아니다. 지금 세상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 제주시 동문시장 어귀에서 과일을 파는 할머니가 물건을 사려는 외국인에게 “핼로”하며 손짓 눈짓으로 물건을 파는 것을 보았다. 지금도 개방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