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행’ 멘토와 멘티

2017-07-25     임정민

5개월 동안 멘토링 진행
학생·현직 교사가 참여하는 ‘과외’
꾸준한 노력 결과 많은 성과

가르치는 멘토도 같이 성장
언니에게 배우는 ‘다른 정보’에 기쁨
오늘의 멘티가 내일엔 멘토될 것
 

 

가림이가 오늘 아침도 서둘러 가방을 챙겨 문을 나선다. 토요일 오전이면 늦잠의 여유를 즐기던 시간이었는데 과학 ‘멘토’ 선생님을 찾아가는 길이다. 공부를 잘하는 편이나 과학이 어렵다고해서 시작한 멘토링이다.

다행히 멘토가 요점정리를 잘 정리해줘서 이해하기 쉽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습관도 길러지고 성적이 향상되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이제 가림이는 과학과 친해지고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꾸준한 노력의 결과 멘토링 프로그램은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도움을 받는 ‘멘티’들만 성장한 게 아니다. 중학생부터 대학생, 현직 교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멘토 선생님들도 함께 성장했다.

특히 중·고등학생 멘토들은 자신의 시험기간엔 밤늦게까지 또는 새벽까지 공부를 하다보니 지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책임감 있게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멘티를 잘 챙긴다. 잠이 덜 깬 모습에 눈은 부어있는데도 서둘러 제자리에 앉아 멘토 역할에 충실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여중 2학년인 다미는 지난해부터 언니를 따라 봉사활동 왔다가 5~6세 동생들을 돌봐주던 착한 학생이다. 이번 멘토링 프로그램에 초등학교 1학년 국어 학습봉사를 자원했다. 중학생 멘토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늘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아무리 초등학교 1학년 국어라지만 가르치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처음엔 힘들어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금은 제법 ‘선생님’ 태가 난다. 자음·모음 발음을 연습하면서 멘티의 무반응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잘 달래며 따라하게 한다. 다미는 초등학교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했던 멘토 역할에 만족을 하면서 일주일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멘티의 호응에 따라 멘토들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며 수업준비를 한다. 그러면서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더 열심히 듣게 됐다고 한다. 멘토로 수업준비하면서 학교 선생님들의 입장과 정성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네이버 어학사전에 보면 자원봉사는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도움, 또는 그런 활동’이라고 명시돼 있다. 가장 어리다고 생각했던 중학교 2학년 다미는 자원봉사에 대해 새롭게 정의를 내렸다. 다미에게 자원봉사란 ‘자발적으로 어떤 일을 하여 물질적인 대가가 아닌 마음의 정신적 대가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이다. 뿌듯함과 기쁨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에 제출하기 위한 봉사시간 채우기가 아닌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해서 자발적인 봉사는 스스로가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또한 고맙다.

여고 2학년 수현이는 베트남에서 입국한지 4년 된 중학교 2학년 중도입국자녀 A양의 영어 멘토다. 공부를 잘하는 수현이는 알고 있는 것과 알게 하는 것과의 차이를 알아가고 있다. 남을 가르치기 위해 자신의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멘토의 정성이 전달됐을까? A양은 기본 학습을 잘 따라 하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학습에 임하고 있다. 평소 궁금했던 고등학교 진로에 대해서도 ‘멘토’ 수현이를 통해 알게 됐고 성적도 조금 향상되다보니 학교생활도 즐겁다고 한다. A양은 학교 선생님께 지도받는 것과는 또 다른 선배 언니를 통해 얻는 정보에 신이 나서 얼굴엔 항상 미소가 가득하다.

최근 입국한 베트남 중도입국자녀 B양에게도 고민이 많다. 아직 한글을 잘 모르는데 6학년 학생들과 학업을 함께 해야 한다. 그런데 현직 초등학교 보건교사가 자원한 멘토 역할이 B양에게 도움을 주며 학교생활에 큰 힘이 되고 있다.

B양은 첫 3주를 기초 한글로 보냈다. 그 후 6학년 교과서 진도를 맞춰 공부를 하는데 진도가 쉽지 않았다. 특히 쌍자음과 받침이 취약해서 별도의 학습지로 병행하여 체계적인 지도를 하고 있다. 그러한 정성 덕에 학교 수업에 조금씩 적응해 간다고 한다.

재능과 지혜를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동행, 서로의 긍정에너지를 나누고 있는 멘토링은 다문화가정의 희망이다. 오늘의 멘티들이 성장해 내일엔 멘토가 되어 새로운 멘티들에게 자신들이 받았던 관심과 사랑을 나눠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