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움직이는 일상들
소모되고 흘러가는 우리
제주서 활동하는 김옥선·주황·허윤희 작가
독일서 ‘모두가 움직인다’ 주제로 그룹 전
오는 8월 3일까지 회화·사진·영상 등 선봬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움직이는 걸음(moving walk)’ 위로 발걸음을 내딛을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움직인다. 다른 끝에서 그 곳을 빠져 나올 때까지 우리는 떠나온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다.
제주에서 활동하는 김옥선·주황·허윤희 작가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8월 3일까지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Kulturpalast Wedding International에서 그룹 전을 열고 있다. 평면회화와 영상, 사진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모두가 움직인다(on the move)’이다.
주황씨가 선보이는 영상 ‘무빙 워크 II’(2017)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무빙워크 옆 창문의 외부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고 전화기를 들여다보며 친구들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흡연구역은 가짜 목초지와 나무로 꾸며졌다. 검은 스크린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단조로운 장면에서는 쌀쌀한 바람과 건조한 분위기가 배어난다. 비디오는 너무 느리게 흘러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움직이는 걸음(moving walk)은 주어진 속도로 계속 움직이는 조립 라인을 생각나게 한다. 찰리 채플린이 빠르게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 노동자들의 모습으로 산업 사회를 풍자했다면, 주황은 감속된 무빙워크를 통해 일상에서 간과되는 우리들의 사소한 풍경을 전달한다. 무빙워크에서 보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조립 라인에 선 그들처럼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 하는 지도 모른다.
사진작가 김옥선은 제주에서 흔히 보는 야자수를 찍었다. 불꽃처럼 위쪽으로 발사되는 나무의 잎은 이국적인 제주의 전형적인 풍경을 연출하지만 사실은 일본에서 온 외래종이다. 이번 전시에서 김옥선은 새로운 땅에 정착 한 나무의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허윤희의 ‘마을’(2016)과 ‘도시’(2016)는 우리 모두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는 양태를 형상화했다. 노아의 방주처럼 배는 꽃과 선인장과 단층집으로 가득한 언덕에 마을을 가지고 있다. 선인장의 이미지가 도시의 고층건물 사이의 캔버스를 채우고 밤하늘을 비추는 별들이 보이는데, 작가는 묻는다. 배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