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여론조사에 맡긴 ‘선거구 획정’
도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제주도선거구획정위원회(위원장 강창식)의 권고안이 폐기되고 원점에서 재검토키로 했다. 12일 원희룡 지사와 신관홍 도의장, 지역 출신 강창일·오영훈 국회의원 간 간담회에서 내려진 결론이다.
이에 앞서 도의회 선거구획정위는 5월 11~19일 제6선거구(삼도1·2동, 오라동)와 9선거구(삼양·봉개·아라동)에 대한 분구방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오라동과 아라동을 독립선거구(도의원 2명 증원)로 해야 한다는 안이 압도적인 찬성을 받았다. 의원 정수 등 전체적인 큰 그림에 대한 고민 없이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만 물었으니,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를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안 역시 여론조사다. 다만 대상을 도민 전체로 확대하고, 2개 여론조사기관이 각각 1000명씩 전화면접 조사가 아닌 대면면접 방식으로 실시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이와 관련 강창일 의원은 “국회와 중앙정부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가 필요하겠지만, 공정하고 객관적인 여론조사 실시 후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불거진 것은 제6·9선거구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인구기준 상한선(3만4800명)을 초과해 분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도민여론조사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도는 이달 25일까지 조사를 마무리하고, 7월 의원입법으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알려진 여론조사 항목을 보면 ‘의원정수 확대(기존 41명에서 43명으로 증원)안’과 ‘교육위원 수 조정안’, ‘비례대표 비율 조정안’ 등 크게 3가지로 전망된다. 하지만 3가지 모두 적잖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단순한 의원정수 확대의 경우 의원수를 줄이려는 타 시도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반면에 ‘현원 유지’는 특별법 개정작업이 필요치 않는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교육위원 또는 비례대표 정수를 반드시 조정해야 하는 난제가 뒤따른다. 따라서 도민들이 어느 안을 선택하더라도 거센 논란과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과연 여론조사가 ‘만병통치약’인가 하는 점이다. 여론조사는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선거구 획정’ 같은 중차대한 문제를 도민여론조사에 슬쩍 떠넘기는 것이 합당하고 온당한 일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