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잡아넣고 보자'고?

2005-09-16     제주타임스

영장 없이 긴급체포된 피의자의 절반 가까이가 무혐의로 풀려난 것으로 드러나 수사기관의 긴급체포권 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가 높아지고 있음은 우려할 일이다.
이는 법무부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올 6월까지 검찰과 경찰은 전국적으로 19만여 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긴급체포, 이 가운데 7만8000여 명(41.2%)에 대해서는 혐의를 밝히지 못한 채 석방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 올 상반기에 402명이 긴급체포 됐으나 이들 중 정작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는 222명으로 영장 청구율 55.2%를 기록,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그러니까 제주지역에서는 수사기관들이 100명을 긴급체포 했다면 55명에 대해서는 영장을 청구했지만, 절반 가까이 되는 나머지 45명은 혐의가 없어 석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일단 수사기관에 연행됐다는 사실만으로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만다. 수사기관에서야 긴급체포 했다가 석방하더라도 별로 문제될 게 없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죽고 싶은 심정이 될 것이다. 법에 명문화된 체포영장주의는 유명무실해지고 손쉬운 인신 구속의 방편으로 긴급체포가 남용됨으로써 죄인 아닌 죄인이 양산되고 있음이 아닌가.
이 같이 긴급체포권이 남용되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수사기관 입장에서 편하기 때문이다. 영장을 받으려면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에 수사편의를 위한 ‘관행’이 긴급체포를 남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제주지역은 최근 3년간 긴급체포 된 사람에 대한 영장 청구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 전국 어느 지역보다 인권침해 소지가 많은 곳으로 지적되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긴급체포권 남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인권을 하늘처럼 생각하는 수사기관 스스로의 의식개혁이 있지 않고서는 그것은  멀고 먼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