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외면 ‘해피타운’ 강행하는 제주도
제주도가 도민들의 반대 여론을 외면하고 ‘도남 해피타운’ 강행에 나서 향후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시민복지타운 임대주택건설 반대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오재천)는 “사업이 추진되면 주변은 교통대란이 일어나는 등 생지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원희룡 지사 퇴진(退陣)운동에 매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고운봉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지난 8일 도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제주시민복지타운 시청사부지 내 행복주택 건립사업 추진이 최종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원희룡 지사는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후 최종적으로 사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公言)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휴지조각이 됐다.
이날 고 국장은 취재진의 계속되는 질의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단지 “행복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기자들 사이에서는 제주도가 ‘짜여진 각본’대로 행복주택을 강행한다는 혹평이 나왔다. 이미 정책을 결정해 놓고는 형식적인 공론화 과정으로 도민들을 우롱(愚弄)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고운봉 국장의 브리핑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지난해 정책 결정(9월 추정)은 돼 있었다. 행복주택이 친서민 주거정책 최적의 대안이었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고 국장은 또 “도민 여론조사 결과는 갈등요인이 있어 발표를 않기로 결정했고, 정책 결정시 참고자료로 이용하는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정책은 이미 결정됐고 도민 여론조사가 ‘참고용’이라니, 이게 사실이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대도민 기만(欺瞞)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제주도가 구상하고 있는 ‘도남 해피타운’은 4만4000㎡ 시청사 부지에 공공주택 30%, 공원 40%, 공공시설 30%를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투입될 돈은 총 98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비는 312억원으로 전체의 31.8%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주택도시기금 286억원과 도비 237억원 등 상당 부분을 도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특히 해피타운의 핵심인 공공주택은 청년과 사회초년생 등 행복주택 700세대와 실버주택 80세대 등 총 780세대다. 정작 가장 취약한 주거상태에 있는 저소득계층은 사실상 배제돼 있다.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사업이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와중에 제주시는 현 시청사가 협소해 약 500억원을 들여 증축한다고 ‘염장’을 지르고 있어 말문마저 막힌다.
제주경실련은 9일 성명을 내고 “시민복지타운에 추진하는 행복주택은 사회정의에도 어긋난 정책으로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며 “독선(獨善)적인 행동으로 갈등을 야기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제주도정에 듣는 귀가 있다면 세간의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