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감뭄 증상에 당국 긴장

2017-05-31     박민호 기자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재난 수준의 봄 가뭄으로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지만 비교적 관수시설이 잘 정비된 제주지역은 현재까지 가뭄으로 인한 피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지역에선 ‘가뭄’ 증상이 나타나면서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30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월1일 부터 5월 29일까지 봄철 제주지역 강수량은 228.1mm로 평년강수량인 383.2mm에 비해 57.8% 수준에 그쳤다.

실제 제주도농업기술원이 제공하는 토양수분 관측정보에 따르면 도내 대부분지역 가뭄판단지수인 토양수분장력은 대부분 100kPa(킬로 파스칼) 미만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지역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토양수분장력이 101~500kPa이면 ‘초기가뭄(건조)’, 500kPa을 초과할 경우 ‘가뭄(매우건조)’을 의미한다.

애월읍 신엄리(293kPa), 제주시 용강동(501kPa), 한림읍 동명리(501kPa) 등 일부 지역은 ‘초기 가뭄’ 또는 ‘가뭄’ 수준의 토양수분장력을 보이고 있었다. 이들 지역은 지형적 영향으로 건조한 농경지로 분류되지만 가뭄판단지수만 놓고 본다면 사실상 심각한 ‘가뭄’ 수준인 것이다.

당국은 실제 대부분의 농경지에 관수시설이 설치돼 있고, 현재까지 저수지 등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농가가 없어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다며 아직은 가뭄 피해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에서 40년째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정모씨(71) 역시 “부족한 수분은 스프링클러(분수형)를 통해 보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최근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마른 상태지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며 “다만 이 같은 상황이 10이상 계속될 경우 수박 생육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농정당국 역시 아직은 ‘견딜 만’ 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지만 기상 예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혹시 모를 가뭄 피해를 대비하고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다행히 대부분의 작물들이 파종 시기가 지나면서 건조현상에 따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특히 보리, 마늘 등 일부 농작물은 이번 주 수확기이기 때문에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주 비 소식이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