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잡아 넣고 보자’ 여전

제주 긴급체포 영장 청구율 55.2% … 전국 최저

2005-09-15     정흥남 기자


긴급을 요하는 사유로 영장 없이 체포된 긴급체포 피의자 10명 가운데 4.5명은 그냥 석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의 ‘일단 잡아넣고 보자’는 수사 편의적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지적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법무부가 14일 국회 법사위 소속 선병렬 의원(열린우리당)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 6월까지 전국적으로 19만여명의 피의자가 긴급체포 됐으나 이 가운데 7만8000여명은 구속영장이 청구되지 않은 채 석방돼 석방률 41.2%를 기록했다.

긴급체포자에 대한 영장 청구율은 2003년 54.3%에서 지난해 61.9%, 올해는 지난 6월까지 68.8%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점차 긴급체포 제도 남용소지가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제주지역의 경우 올해 상반기 동안 402명의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긴급체포됐으나 정작 이들 가운데 영장을 청구한 피의자는 222명으로 영장청구율 55.2%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긴급체포 피의자 영장 청구율 68.8% 보다 13.6%포인트가 낮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제주지역 수사기관의 경우 100명의 피의자를 긴급체포 했다면 이 가운데 55명 만 영장을 청구한 셈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경우 2003년에는 1765명의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 이 가운데 763명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 영장 청구율 43.2%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엔 1346명의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뒤654명의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청구해 48.6% 청구율을 보였다.
제주지역 수사기관의 이 같은 긴급체포 피의자 영장 청구율은 최근 3년간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이어서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 6월말 현재 제주지역 긴급체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률은 9%로 전국 평균 8.7%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병렬 의원은 “형사소송법상에 긴급체포 요건이 엄격히 규정돼 있지만 실제 수사현장에서는 수사 효율성과 편의성 등을 앞세워 긴급체포 남용 시비가 일고 있다”면서 “긴급체포 남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긴급체포 후 석방률이나 영장 기각률을 검사의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긴급체포
긴급체포는 수사기관이 현행범인이 아닌 피의자를 체포영장 없이 구속하는 것을 말한다.
긴급체포는 구속에 대한 사전영장주의 적용에서 제외되며 긴급체포의 사유는 피의자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 또는 도망의 염려가 있는 경우로 제한된다.
사법경찰관이 피의자 등을 긴급체포 할 때는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긴급체포 피의자를 구속할 때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이내에 판사에게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