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악질병폐’ 지적 자초한 한진그룹
한진그룹 계열 한국공항(주)이 내달 2일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관리위원회 재심의를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먹는샘물 ‘제주퓨어워터’ 제조용 지하수 취수허가량을 하루 100t에서 150t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한데 따른 절차다.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0일 한국공항의 지하수 증량 요청 심사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한국공항 측에 추자자료를 요청했었다.
재심사 이유는 ‘당연히’ 시민사회 단체를 비롯한 도민사회의 반대여론 때문이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도민의 공공자원인 지하수를 돈으로만 바라보는 기업의 몰염치한 행태”라며 재심사 결정에 대해선 “증산 가능성의 불씨를 살려뒀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시민단체연대는 벌써 5번째일 정도로 ‘무조건 찔러보자’ 식의 잦은 증량 신청을 겨냥해 ‘한진그룹의 안하무인’이라고 지적하며 근절 대책도 요구했다. 한국공항은 1993년 하루 200t으로 허가됐다가 1996년 하루 100t으로 감량된 뒤 잊을만하면 증량을 신청을 해왔다.
그런데 한진그룹이 안하무인에 이어 ‘알박기 집회’로 대기업 횡포 비난을 사고 있다. 지하수 증산 심의 당일 심의장소(설문대여성문화센터) 인근 3곳에 ‘지하수 증산 심의 통과’ 촉구 집회신고를 냈기 때문이다.
지역 여론 차단 의혹이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논평을 내고 “대기업이 비판 목소리 차단을 위해 사옥이나 영업장 인근을 통제하는 형태로 집회신고를 미리 내는 악질적인 적폐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의위원회에 “대기업의 압력 횡포에 굴복하지 말고 단호히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물론 한진 측은 “노조가 시민사회 단체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청한 것이며, 그룹과는 상관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설령 노조가 신청했더라도 ‘오해’를 살 일을 방조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 지하수 증량 신청은, 시민단체의 지적처럼 물 자체의 문제를 넘어 대기업 한진이 제주도민사회에 대한 겁박의 문제가 된 듯하다. 당연히 굴복해선 안될 일이다. 아울러 20년 넘게 도민들이 안된다고 하는 데 계속 들이밀며 지역의 갈등을 야기하지 말라고 한진에 단단히 ‘경고’할 것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