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요일제의 그늘’ 흔들리는 마을공동체

외곽지 무단투기에 유수암리 ‘몸살’…지역주민들도 가세 양상

2017-05-29     오수진 기자

이웃간 갈등·쓰파라치 등장도…미완성 정책에 주민들만 피해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시범 운영 되면서 쓰레기를 도심 외곽지에 몰래 버리려는 투기자들이 늘자 한 마을에서는 주민들간 무단투기를 의심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투기자를 잡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파파라치’를 자처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제주시권을 조금 벗어난 외곽지인 애월읍 유수암리에서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시행되고 난 이후부터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 3곳의 클린하우스에서는 무단 또는 잘못된 배출을 막기 위해 ‘클린하우스 지킴이’가 상주하고 있지만, CCTV가 설치 돼 있지 않은 클린하우스에서는 지킴이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쓰레기 무단 투기자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고명희 유수암리 부녀회장은 “하우스비닐처럼 쉽게 버리지 못하는 큰 쓰레기들이나 요일에 맞춰 버리지 못한 쓰레기들을 차를 타고 와서 다량으로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며 “문제가 심각해지자 마을 주민들이 그런 사람들을 고발하기 위해 몰래 사진을 찍기(파파라치)도 하고, 심지어 다투는 일들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펜션이나 타 지역 주민들이 쓰레기를 몰래 버리는 일이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까지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덩달아 무단투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수암에 살고 있는 주민 A씨는 “최근 쓰레기를 몰래 버렸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지역 주민간 큰 소란이 있었다”면서 “재활용 배출이 마을 주민들간 서로를 의심하는 안 좋은 분위기까지 조성하기에 이르렀다”며 안타까워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생활쓰레기 배출실태 평가단을 운영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생활쓰레기 배출 실태를 점검 하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오는 6월까지 시범 운영되다, 7월부터는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