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피아 범행’ 뿌리 뽑을 특단대책 강구를
제주시 하천 교량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사건을 전형적인 ‘관피아(관료+마피아) 범행’으로 규정했다. 전·현직 공무원과 기업체 간 부패의 고리로 연결된 유착관계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주지방검찰청은 24일 중간 수사결과를 통해 전·현직 공무원 7명과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S토건 실질적 운영자 강모(62)씨 등 8명을 뇌물공여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이 중 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기소된 6명 가운데 무려 5명이 전·현직 공무원이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창피한 노릇이다.
검찰이 밝힌 이들의 혐의를 보면 제주시 국장 출신인 강모(63)씨는 지난 2012년 퇴임 후 교량공사 관급자재 납품회사에 취업했다. 그리고 ‘브로커 역할’을 하며 업자로부터 급여와 차량 등을 받고 빌라를 싸게 분양받는 등 4억80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전 북제주군 공무원 출신 고모(61)씨 역시 알선을 대가로 업자인 강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함은 물론 뇌물수수 등의 사실을 알리겠다며 후배 공무원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거나 사업을 따내는 등 1억여원을 꿀꺽 삼켰다. 그야말로 ‘마피아(깡패)’를 연상케 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관피아’로 인한 민·관 유착은 고질적인 우리 사회의 큰 병폐 가운데 하나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업체관계자들이 평소 공무원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 유착관계를 맺고, 퇴직 후에는 대표이사 등으로 영입한 뒤 브로커로 활동하게 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썼다.
한때 공직이 박봉인 시절엔 이런 류의 비리를 ‘동정’하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공직자에 대한 대폭적인 처우 개선으로 ‘공시생’만 수십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전·현직 공무원들이 이 같은 범행에 가담한 것은 ‘탐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문제는 또 있다. 각종 민원이나 인·허가 접수 시 ‘처리기간’ 등을 내세워 될 일도 안 되게 하는 행정기관의 잘못된 관행이 불·탈법을 부추기고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교량비리만 하더라도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공무원의 월권’이 큰 몫을 담당했다.
이를 척결하기 위해선 그 무엇보다 공직사회 내부의 철저한 반성 및 자정 노력과 함께 ‘관피아성 토착비리’를 뿌리 뽑을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실천이 없으면 지금과 같은 악순환은 계속 되풀이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