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있어도 할 말 없다”는 市長의 사과

2017-05-18     제주매일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고,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각종 비리 사건에 공직자들이 연루된 것과 관련 고경실 제주시장이 고개를 숙였다.

고 시장은 17일 시민들에게 전하는 특별사과 기고문을 통해 “전·현직 제주시 공무원들의 비리(非理)로 인해 시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에 드러난 ‘생활체육 보조금 비리’, ‘하천 교량사업 비리’는 지난 2004년과 2013년부터 발생한 것으로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다”며 “어떠한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사실에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번 문제를 계기로 혁신적인 청렴시책을 철저히 이행, 더 이상 공직사회에 부패와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경실 시장은 ‘무(無)관용 원칙’ 등을 거론하며 비리 연루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예고했다. 실추된 시정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민 여러분도 지연과 학연, 혈연 등을 내세워 부정 청탁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임 시정에서 발생한 비리임에도 불구 고 시장이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사과와 비리 공무원에 대한 처벌 조치로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각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일벌백계식 엄벌’과 뼈와 태를 바꾸는 ‘환골탈태’를 외쳐왔지만 종국에 이르러 대부분 흐지부지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비리를 개인적 일탈(逸脫)행위 쯤으로 치부하는 행정기관의 관행도 문제다. 이번 ‘생활체육 보조금 비리’만 하더라도 특정인을 한 자리에 앉히고 제대로운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의 제도적 맹점이 화(禍)를 더욱 키웠다. 따라서 사후약방문식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이 같은 악순환을 근절시킬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이번 고 시장의 사과 속엔 10개월째 질질 끌고 있는 ‘중앙로사거리 횡단보도 설치 문제’도 포함되어야 마땅했다. 노인과 장애인 등 보행약자들의 ‘행복추구권’을 외면하는 행정이야말로, 공무원 비리에 앞서 먼저 척결(剔抉)해야 할 개혁 과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