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나아가야 할 과제
지금까지 제주도 사회에 분열음을 가져오고 ‘점진파’ ‘혁신파’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 양상을 보여 주었던 주민 투표도 이제 끝나고 국회에서 혁신안이 받아 들여 졌을 때 제주도가 앞으로 해 나가야 할 과제들에 대하여 한번 점검해 보고자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것은 자율과 특색이다. 하지만 통합된 제주도가 각 지역의 특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잘 갖춰나가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제주도가 풀어 나가야 할 과제인 것이다.
1. 재정적인 부분-제주도는 이제 2개의 행정구를 둔 도시가 된다.이 행정체제는 광역 행정체제가 아닌 기초 단위단체 즉 수원시,청주시 등과 같은 행정체제를 지니게 된다. 청주시의 경우 60만 인구에 6000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제주도가 지금까지 집행한 예산 규모는 55만 인구에 2조 3천억원이란 예산을 쓰고 있고 이는 다른 기초단위 단체에 비해 예산 규모가 4배나 되는 것이다.
2. 공무원 인원 감축-앞으로 각 분야에서 많은 인원 감축이 예상되고 있다.
최영출 교수가 제주도에 제출한 용역 보고서에 의하면 정년 퇴직자를 년 80명 기준으로 10-12년 동안 1000여명 감소시켜 예산을 절감 하고자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럴 경우 향후 10년 동안 신입 공무원의 채용은 없을 것이며 이로이해 10년후 공무원의 평균 연령대는 대략47,48 세가 된다.
혁신을 내세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민원 및 타 업무까지처리를 자신하며 불경기에 힘들어 하는주민들에게 1000억원 경비절감이라는 호재로 주민 투표율 30%대의 웃지 못할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인 혁신안을 통과 시킨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3. 특별 자치도든 어떠한 제도이든 간에 제주도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가?-행정 구조 개편을 하면서 특별자치도를 만들어 주고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며 싱가포르,홍콩을 합한 홍가포르 모형을 만들어 가면서 그 권한에 대하여 많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앙 정부애선 권한 이양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요즈음엔 신문이나 방송등 언론 매체들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소식들을 접하기가 싫어진다.”특별자치도 곳곳 암초“ “제주 평화의 섬 맞나” “내부 역량 한계” 등 등. 노파심에서 하는 우려의 소리이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도민 갈등 심화 및 분열만 양산 시키고 도로아미 타불 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되며 허울 좋은 껍데기만 씌워 놓고 알맹이는 없는 빛 좋은 개살구처럼 주민들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기초 단위단체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섬은 비단 나만이 아닐 것이다.
4. 공무원의 자세-제주도(시,군포함)의 공무원이 우리나라 공무원중 가장 청렴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몰자각한 공무원들의 권위적이고 안이한 자세로 인하여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성실하고 친절한 공무원들에게는 듣기 거북한 얘기겠지만 이제 사회가 바뀌어 가는 만큼 공무원들의 자세도 바뀌어져야 한다.
부정적인 사고에서 긍정적인 사고로, 수동적인 자세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말이다. 모든 책임은 부하 직원이 권한은 상관이 갖는 불합리하고 비효율적인 형태가아니라 부하 직원이 소신을 갖고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격려하며 권한과 책임을 함께 공유하고 나누는 사고의 전환이 절실히 요청되어 지며 다시한번 옛 고사성어 “不恥下問”이란 글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5. 금번 시행된 주민 투표 투표율 36.7%에 불과한 저조한 투표율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 우리 제주 사회는 냉소, 혼란, 혼탁 그 자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분 오열 되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 제주도는 도민들의 민생고 해결을 선결 과제로 서로 반목 질시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옹하는 일시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제주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결자해지하는 자세로 산적해 있는 이 문제들을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상 윤 (제주시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