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준광역클린하우스’ 실효성 논란

2017-05-11     제주매일

기존 클린하우스에서 발생하는 환경·미관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제주시가 제시한 게 바로 ‘준광역클린하우스’다. 그러나 예산 확보 등의 이유로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준광역클린하우스가 기존 클린하우스 3~5곳을 대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계획한 대로 99㎡(약 30평) 규모로 시설했으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 운영 중인 연동 바오젠거리를 비롯해 이달 중 운영에 들어갈 이도2동과 노형동 준광역클린하우스의 경우 규모가 53㎡(16평)로 대폭 축소됐다.

효용성 또한 문제다. 시는 규모 등의 문제로 음식물과 가연성(可燃性) 쓰레기는 기존 클린하우스에서 처리하고, 이미 설치된 3곳의 준광역클린하우스에는 재활용쓰레기만 수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없는 돈까지 들여가며 이중(二重)으로 ‘준광역’을 설치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예산 부족과 현장여건 탓이라고 둘러대지만 이는 핑계일 뿐 ‘조급증’이 빚어낸 결과다. 사전에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고 정확한 현장조사를 거친 후 사업을 추진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무엇에 쫓기는 듯 무리하게 사업을 펼친 전시성(展示性) 행정이 결국 화를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은 “이름만 ‘준광역’이 붙었을 뿐 기존 클린하우스에 건물만 올린 것이 아니냐”며 비아냥대고 있다. 결국 예산만 낭비하고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란 비판에 다름 아니다.

쓰레기 문제는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 중의 난제다. 일시적으론 욕을 먹더라도 장기적인 계획 아래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모든 걸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과욕(過慾)’을 버려야 문제가 풀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