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걷기, 건강과 지역 공동체를 지킨다

2017-05-04     윤제희

인류학자들은 직립보행을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인간은 걸어 다녔기 때문에 진화가 가능했다’고 할 만큼 ‘걷는다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진화에 아주 중요한 행위’이다. 걷기는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가는데 절대적인 활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초고속 산업화, 도시 집중화와 자동차의 급격한 증가로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은 줄어들고 걷기가 소외를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보행자의 안전도는 어떨까? 보행자 교통사고는 인구 10만 명당 4.1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1.4명의 3배 수준이다. 걷기 환경이 열악함을 반증하고 있다.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 한가’의 저자로 잘 알려진 캐나다의 도시계획 전문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찰스 몽고메리는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늘면 행복지수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건강한 도시환경, 특히 걷기 좋은 환경이 비만과 만성질환의 위험도를 낮춰 지역 주민의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 연구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걷기 좋은 도시환경을 만들려고 당장 도시를 파헤치는 토목공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제주는 많은 애환의 역사를 간직하면서도 생동력이 넘치는 도시이다. 우리가 속한 지역 공동체인 동네, 마을 또한 그렇다. 그 안에는 크고 작은 희노애락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숨 쉬면서 늘 우리와 함께하는 우리네 동네길, 마을길이 있다. 이 길들을 함께 걷는다는 것은 건강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서 지역 공동체를 지키는 시작점이 아닐까 싶다.

걷기는 전문적이거나 특별한 기구의 도움 없이 건강을 지키고, 아울러 가까운 곳에서 맑고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생활 속 신체활동이다. 거창한 건강계획을 세우기 보다 가장 손쉬운 걷는 것부터 생활화 하는 건 어떨까? 가족과 동네 이웃들과 삼삼오오 모여 자주 걸으면서 건강한 관계가 살아 있는 동네를 만들어 보자.

걷기는 건강이라는 궁전으로 들어가는 대문과도 같다. 또한, 동네 걷기는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원동력이다.